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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맹형규]도로명 주소, 하루빨리 자리잡아야

입력 | 2011-08-30 03:00:00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대한민국 독도에는 두 개의 길이 있다. 동도의 이사부길과 서도의 안용복길. 독도를 지킨 역사적 인물들 이름을 딴 길이다. 6월 15일 독도에 가서 도로명 주소 명판을 붙이고 왔다. 전국적으로 진행된 명판 붙이는 작업의 마지막 순서였는데, 약 100년 전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지번 주소를 바꾸는 작업이 독도에서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까지 대부분의 나라에서 도로명 주소를 쓰고 있다. 도로명 주소가 그만큼 편리하고 체계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도로명 주소는 도로 이름과 건물번호만 알고 있으면 편리하고 쉽게 길을 찾아 갈 수 있다. 1번지 옆에 70번지와 같은 엉뚱한 지번 주소가 나오는 일이 없다.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면 내비게이션도 건물의 주출입문으로 정확하게 안내하게 된다. 건물의 후문이나 뒷골목으로 혼동하여 안내하는 일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도로명 주소는 우편과 통계 등의 기초가 되는 집 코드(Zip-Code) 개념의 국가기초구역과 연계될 것이다. 산, 바다와 같이 건물이 없는 지역의 위치를 표시할 수 있게 하는 격자형 좌표 방식의 ‘국가지점번호’와도 연결돼 전국 어디에 있든지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 1000여 종의 공적장부에 과학적인 위치 표시가 반영되고 범죄 대처, 재난 대응, 구조 구급과 같은 행정서비스의 기초가 된다. 정보기술(IT)과 접목해 유통 물류 운송과 같은 위치기반산업이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다.

도로명 주소는 우리 일상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자신의 목적지를 어려움 없이 찾아갈 수 있고 아울러 자신이 있는 곳을 다른 사람이 정확히 그리고 쉽게 찾아올 수 있게 할 것이다. 택배가 더욱 쉽게 전달되고 사고와 재난 때 신속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100년 동안 사용한 지번 주소를 도로명 주소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변화하는 데 시간도 걸릴 것이다. 도로명 주소가 생활 속에 안착할 수 있도록 내후년까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지번 주소와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또 도로명 변경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도로명 변경 신청을 올해 말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이미 대부분의 도로명이 지역주민의 의식, 전통과 문화를 반영하고 있지만 보완이 필요한 도로명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고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동(洞)리(里)의 명칭은 주민센터나 마을회관의 이름은 물론이고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등에 여전히 사용된다. 동리 이름에 녹아 있는 전통과 역사가 흐려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리 있다고 본다. 그러한 의견도 충분히 고려되도록 하겠다. 국민의 생각과 의사를 존중하고 보완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무리 없이 개선해 나갈 것이다. 도로명 주소가 우리 생활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많은 정책적 노력을 계속 기울여 나가겠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