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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기독교 정당

입력 | 2011-08-30 03:00:00


아브라함 카위퍼는 네덜란드 개혁파 교회 목사였다. 그는 영혼 구원에만 관심을 갖는 교회를 비판하고 1879년 기독교 정당인 반혁명당(ARP)을 창당했다. ARP가 한 원류를 형성한 기독민주당(CDA)은 지금도 집권 정당이다. 독일 이탈리아에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주의 정당의 도전에 대응해 기독교 정당이 등장했다. 독일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현재도 독일 최대 정당이고, 이탈리아의 기독민주당(CD)은 1994년까지 최대 정당이었다.

▷한국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개신교 정당을 창당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개신교가 장로 출신 대통령 정권에서도 불교 천주교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는 피해의식에 한나라당이 보수정당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좌로 기울고 있다는 불만이 겹쳐 개신교 정당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나라와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국민운동본부’(대표회장 최병두 목사)는 30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정당 발기인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 헌법의 정교분리(政敎分離) 원칙이 종교 정당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종교 정당은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2002년 불교계로 자처한 호국당이 대선 후보까지 냈으나 이후 해산됐다. 통일교 평화통일가정당이 2008년 총선 때 거의 전국에서 후보를 냈지만 지지율 저조로 정당 등록이 취소됐다. 2007년 창당된 개신교의 ‘기독사랑실천당’이 현존하는 유일한 종교정당이지만 국회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일본에서 불교계 창가학회가 세운 공명당(公明黨)이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과는 비교된다.

▷한국 개신교는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불교 조계종은 총무원이 있어 종단을 대표한다. 천주교도 주교회의를 통해 교계 의사를 결집할 수 있다. 반면에 개신교는 진보와 보수가 한국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으로 나뉜 데다 어느 쪽도 조계종 총무원과 천주교 주교회의에 상응하는 대표성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수쿠크법 제정 시도를 좌절시킨 데서 보듯이 개신교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개신교가 정당을 만들면 타 종교도 정당을 만든다고 나설 수 있다. 종교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까 걱정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