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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박태규… 정관계 ‘판도라 상자’ 열릴까

입력 | 2011-08-30 03:00:00

귀국 朴씨 체포… 영장청구될듯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핵심 로비스트로 지목됐던 박태규 씨(71)가 약 5개월간의 도피생활을 마감하고 28일 자진 귀국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답보상태에 있던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관계 로비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올 4월 캐나다로 도피했다가 귀국한 박 씨를 체포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30일 박 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 로비자금 17억 원 누구에게?

박 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이 구명 및 퇴출저지 로비를 벌이면서 기용한 로비스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그는 이전 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정치권 인맥을 구축했을 뿐 아니라 재계와 금융권, 법조계, 언론계 고위층 인사들과도 두루 친분을 과시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박 씨가 올 4월 초 급히 캐나다로 출국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박 씨를 도피시켰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박 씨는 지난해 7월 김양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59·구속 기소)으로부터 이 그룹의 퇴출저지 청탁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모두 5억 원이 담긴 돈 가방을 전달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유상증자를 통해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에서 총 1000억 원의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이후 부산저축은행그룹이 900억 원 규모의 2차 유상증자를 할 때도 관여하는 등 지난해 중반 이후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퇴출저지를 위해 정관계 인사를 수시로 접촉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김 부회장이 박 씨에게 로비자금으로 건넨 돈이 모두 17억 원으로 이 가운데 2억 원은 돌려받았다”라는 그룹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이 돈이 실제 로비를 위해 정관계 인사에게 건네진 것이 아닌지 추궁할 계획이다.

○ 촉각을 곤두세우는 정치권

박 씨가 도피 직전 “(검찰 수사에서) 내가 거론되지 않도록 하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박 씨가 입을 열 경우 정관계에 미치는 충격파가 엄청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서민 예금주들에게 입힌 피해로 민심이 악화되면서 로비 대상으로 거론되는 여야 정치인들은 내년 총선이나 10월 26일로 예정된 재·보궐선거에서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 씨가 귀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에서도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씨가 고심 끝에 자진 귀국을 선택한 만큼 검찰에서 자신의 로비 역할에 대해 입을 아예 다물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박 씨의 입이 어느 쪽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정국을 뒤흔드는 거대한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로비수사의 새로운 전환점


검찰은 올 3월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수사를 시작한 뒤 5개월간 36명의 구속자를 포함해 64명을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김광수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 대통령정무1비서관 출신인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 등 정관계 인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또 금융감독원과 국세청, 회계법인 등 금융당국과 관련기관의 비리를 적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물급 로비대상자가 수사망에 오르지 않으면서 “중수부의 수사역량에 비해 로비 수사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검찰도 박 씨를 정관계 로비의 실체를 들여다볼 수 있는 ‘마지막 퍼즐’로 보고 송환에 주력해 왔다. 박 씨의 귀국으로 부산저축은행그룹 로비 수사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