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수면 온난화 영향 30년새 20cm 이상↑
용머리 해안은 해수면 상승으로 일대의 산책로가 물에 잠기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서귀포=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사라져 가고 있는 한라산 내 한라솜다리(위)와 제주고사리삼(가운데). 중국 남부와 베트남 북서부에서 서식하던 아열대성 조류 붉은가슴딱새는 지난해 말부터 제주도에 서식하고 있다. 환경부 한라산연구소 제공
○ 용머리 해안 바닷물에 잠겨
24일 오후 2시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제주 서남쪽 대정읍 일대를 상징하는 산봉우리인 산방산 아래로 독특한 형태의 지질절벽으로 이뤄진 해안가가 보였다.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지형인 ‘용머리 해안’(세계자연유산 지구)이다.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자세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질절벽 아래의 산책에는 파도가 넘어오는 구간이 많았다. 이곳에서 해삼과 멍게를 팔던 한 해녀는 “용머리 해안 산책로는 1987년에 생겼는데 그때만 해도 바닷물에 잠기는 일이 거의 없었다”며 “최근에는 하루 평균 4∼6시간씩 바닷물에 잠겨 사람이 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지구 온난화 탓에 30년간 이곳의 해수면이 20cm 이상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한라산에선 소나무와 구상나무가 생존 전쟁
한라산의 식생(植生)도 크게 변화하고 있었다. 이날 제주시 연동 한라산연구소 한라수목원에서는 멸종위기식물을 복원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에는 약 770m²(약 223평)의 비닐하우스 3개가 설치됐다. 각 비닐하우스에는 제주도에서 사라지고 있는 멸종위기종인 ‘제주 고사리삼’과 한라산 해발 1400m 이상 고산지대에서만 자라는 희귀식물 ‘시로미’가 화분에서 육성되고 있었다.
최근 10년간 제주도가 따뜻해지면서 이들의 개체수와 자생 면적이 대폭 감소했다. 시로미는 현재 해발 1700m 이상 올라가야만 볼 수 있다. 이 밖에 비닐하우스에서는 한라산 백록담에서만 자라는 멸종위기식물 ‘암매’, 희귀식물 ‘한라솜다리’와 ‘한라장구채’가 키워졌다. 이곳에서 증식된 식물들은 다시 원래 자생지로 옮겨지는 복원과정을 거친다. 한라산연구소 고정군 수목시험과장은 “한라산은 기후변화에 민감하거나 취약한 생물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라며 “최근 ‘소나무’와 ‘구상나무’의 생존 전쟁이 한창”이라고 말했다.
식물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아열대성 조류 붉은가슴딱새가 제주도에서 발견됐다. 붉은가슴딱새는 중국 남부와 베트남 북서부에서 주로 서식하는 아열대성 조류로,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이나 대만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었다. 또 제주도 일대 해역에서는 수온 상승으로 낫잿방어 꽃돔 구갈돔 구실우럭 등 아열대 어종이 많이 잡힌다. 반면 기존의 자리돔 전복 소라 오분자기는 개체수가 줄고 있다.
○ 내년 9월엔 자연보전총회 개최
제주도는 급격한 지역 내 환경변화를 기회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제주도에서는 내년 9월 ‘환경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열린다. 내년 제주 WCC의 핵심 의제는 ‘자연의 복원력’으로 정해졌다. 김종천 WCC 조직위원회 사무처장은 “2020년까지 제주도가 ‘세계환경수도’로 지정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