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이원복 덕성여대 예술대학장
또 독일 유학 시절 종교기관에서 주는 장학금도 받았는데 학비가 없는 만큼 독일의 장학금이란 당연히 ‘생활비’였다. 그러니 나는 학비를 면제 받고 생활비까지 받아 공짜로 9년간 대학을 다닌 것이다. 이 점에서 나는 지금도 독일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국민이 돈이 넘쳐 나서 가난한 외국인 학생에게 학비를 면제해주고 장학금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학비와 장학금 혜택은 가난한 외국의 학생들을 독일에서 가르친다는 인도적인 뜻도 있지만, 그 뒤에는 독일에서 공부시킨 학생들이 귀국하여 사회적으로 성장하면 아무래도 독일에 호의적이고 유리하게 활동할 것이라는 ‘친독(親獨) 성향 인사’를 양성하는 국제 외교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나는 죽기 전에 독일 국민에게서 받은 혜택을 일부분이나마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대상은 독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독일은 지금도 전체 유럽에서 아주 잘사는 선진국의 하나로 여전히 잘살고 있고, 내가 그들에게 입은 덕을 누구에겐가 되돌려 주려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이 나를 위해 투자한 세금은 그 보람이 있다고 믿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이 내게 베풀었던 그 혜택을 작으나마 우리보다 어려운 나라의 미래 영재들에게 돌리고 싶다. 가난하지만 내일을 꿈꾸고 열심히 노력하는 나라는 무수히 많다. 그런 나라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양성된다면 이들이 자기 조국의 미래를 번영으로 이끄는 지도자가 될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외국인 젊은이들이 유학 등으로 와 있다. 이제 대한민국이 세계의 관심 한복판에 서 있다는 증거다. 비록 가난한 나라에서 온 젊은이들이라도 일단 이곳에 와 있다는 것은 이곳에 올 수 있는 경제력에 닿아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개발도상국들에는 해외에서 공부하여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어도 경제 문제로 꿈조차 꾸지 못하는 우수한 젊은이들이 정말 많다. 나는 한 명이든 두 명이든 내 능력이 닿는 한 이런 가능성 있는 뛰어난 젊은이를 우리나라에 데려와 가르치고, 미래의 지도자로 키우고,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그들이 사랑하는 이웃으로 만들기를 원한다. 이것은 내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고 또 해야 할 일이며 그리고 추진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원복 덕성여대 예술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