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번영 위해선 日반성 필수… 노다 정권, 전향적으로 문제 풀어야”

을사늑약 현장에서 미래를 논하다 김영호 단국대 석좌교수,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가번 매코맥 호주국립대 명예교수(왼쪽부터)가 30일 을사늑약이 체결된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중명전에서 일본의 식민지배 반성과 동아시아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중명전은 원래 덕수궁의 황실 도서관이었지만 지금은 덕수궁 밖에 위치해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좌담 참석자들은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일본의 역사적 반성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통해 미래 세대를 역사의 덫에서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또 새로 출범한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정권에 “이해와 협력의 동아시아를 구축하기 위해선 상처를 입힌 일본의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영호 교수=한일 지식인의 공동성명은 아시아의 새로운 평화협력시대를 열기 위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채택됐다. 이런 성명의 취지를 확인하고 강화해 새로운 아시아로 나아가야 한다.
▽가번 매코맥 교수=나는 동아시아를 연구했고 한국과 비슷하게 역사적 아픔을 갖고 있는 아일랜드 출신이다. 아일랜드와 영국 간의 문제는 400여 년이 됐는데도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과 같은 움직임은 없었다. 한일 지식인들의 의미 있는 공동성명을 영문으로 번역해 세계 지식인 사회에 소개하겠다.
▽와다 교수=세계 여러 곳에서 식민주의 문제가 있었지만 제국주의자가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한국에서 가장 높다. 또 일본의 지식인 사회가 이 주장을 받아들여 적지 않은 의의가 있다.
▽김 교수=2001년 유엔 더반회의에서 ‘인도(人道)에 반한 죄’를 거론하면서 노예제에 대해서는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식민주의는 상대적으로 약하게 다뤘다. 한일 지식인의 공동성명은 세계 지식인 사회에 전쟁 범죄가 아닌 식민지 범죄의 문제를 던졌다.
▽와다 교수=작년 간 나오토 총리의 담화에서 병합의 강제성은 인정했다. 문제는 그 다음 과정이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병합 조약의 무효를 일본 정부가 인정하면 북한과 수교도 할 수 있고 아시아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일본의 노다 정권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혼자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와다 교수=일본은 한국 러시아 중국과 영토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이 중 해결이 가장 쉬운 것이 독도 문제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독도 실효지배를 인정해야 한다. 그 주변은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공동 활용하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
▽매코맥 교수=북한도 군사력만으로 정권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김정일의 중국 러시아 방문을 보면 북한이 출구를 찾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가스관 등 경제적 문제는 한국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안될 것이다. 격동기에 북한과 일본 관계도 중요한데 노다 정권이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교수=경제 분야에서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한중일 3국이 2000년 체결한 통화교환협정)가 있었는데 아시아 지식인들이 역사논리를 중심으로 한 ‘제주도 이니셔티브’나 ‘오키나와 이니셔티브’를 내놓았으면 좋겠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