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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비하인드]작전… 묻지마 투자… 깡통계좌… 온라인 주식거래 ‘그림자’

입력 | 2011-09-01 03:00:00


장윤정 경제부

“한국은 인터넷으로 집에서 주식거래를 한다죠?”

23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한국거래소의 정보기술(IT) 시스템 수출을 위한 본계약 체결식이 열렸습니다.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수십 명의 취재진과 관계자들은 상장기업 수 세계 5위, 거래대금 8위를 달리는 한국 증시의 세계적 위상과 그 성장 비결을 궁금해했습니다. 특히 집에서도 편리하게 주식거래를 하는 홈트레이딩 시스템에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온라인 주식매매를 한국 증시의 성공요인으로 분석하며 자신들도 IT 시스템만 잘 갖추면 100배 이상 시장이 커지지 않을까란 기대도 내비쳤지요.

현지에서 그들의 부러움 섞인 시선을 느끼며 우쭐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우리 인터넷 인프라와 활발한 온라인 주식거래는 자랑스러워 할 만합니다. 하지만 그 뒤편에는 작전세력과 루머를 좇아 ‘묻지 마’ 투자에 나서는 개인투자자, 여기에서 파생된 주가 폭등과 폭락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던 이유입니다.

최근 여성전문 의류업체 대현의 주가가 ‘사진 한 장’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추락한 일이 있었습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지율이 뛰어오르며 ‘문재인 테마주’ 찾기 바람이 불었죠. 그때 갑작스레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문 이사장과 얼굴 일부가 모자이크 처리된 한 남성이 등산하는 사진 한 장이 급속히 퍼졌습니다. 사진 속 중년 남성이 대현의 대표이사라는 짤막한 설명이 함께 붙어 있었죠. 대현 주가는 6월 30일 1200원에서 8월 24일 386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며칠 전 원본 사진이 등장해 사진 속 중년 남성이 대표이사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주가는 30일 2025원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사진을 유포해 주가를 끌어올린 세력들만 차익을 챙겼습니다. 반면 뒤늦게 뛰어든 개미들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전세력 출현→개미 쏠림→주가 폭락→피해 속출’의 악순환이 또 반복된 것이죠. 온라인 주식시장은 작전세력의 ‘놀이터’인 셈입니다. 감시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작전세력의 빠른 발걸음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입니다. 결국 개인들이 이성적인 투자로 거품을 경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우리 온라인 주식시장도 더 빛날 것입니다.

장윤정 경제부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