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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조은화]포니 개발자가 대학교수가 된 이유

입력 | 2011-09-01 03:00:00


조은화 울산대 기계공학부 교수

1976년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인 포니가 출시됐다. 대한민국은 아시아에서 2번째, 세계에서 16번째로 고유 모델 자동차를 만든 국가다. 그해 포니는 국내에서 1만726대가 팔려 점유율 43.6%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자동차의 역사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은 순간이었다. 필자는 포니 개발 과정에 참여했던 101명 중 한 명이다. 그 후 자동차부품업계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한 필자는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은 2005년부터 산학협력교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산업체 현장전문가를 교수로 임용해 현장실무 중심의 교육을 강화하고 현장 적응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도입했다. 현재 현장경력 20년 이상인 산학협력교수 29명이 기업과 대학의 산학협력을 위한 중개자 역할을 수행하며 교육과 연구의 실용성을 높이고 있다.

산학협력교수들은 학부에서 필요한 실용 교과목을 개발해 강의하고 산업체 장기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학생들의 현장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실전 모의면접, 취업 가이드북 제작, 취업 상담, 취업학생 추천 등의 취업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공개채용이 끝난 중견기업과 접촉해 우리 대학의 산업체 장기인턴십 프로그램의 강점을 이해시켜 취업을 전제로 인턴십을 실시한 적도 있다. 이런 활동은 산학협력교수들이 현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방학 때마다 필자가 소속된 기계공학부 학생 120명 이상이 현장실습을 나간다. 현장실습 지도를 나가 학생들이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면 현장에서 근무했던 필자로서는 참 대견하고 더욱 열심히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이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은 강의실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험은 강의실의 이론교육을 보완하여 그 학생이 현장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유능한 인재로 만들어 줄 것이다.

산학협력교수는 학생들의 교육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현장 애로기술을 해결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제품 설계, 생산기술, 품질관리, 근로자 관리 등과 같은 문제점에 대해서는 기업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이런 대학의 기업 친화적 모습 때문인지 어떤 기업은 대외비 사항이지만 현장 애로기술을 과감히 보여주면서 산학 공동연구를 제안하기도 했다. 대학과 기업의 이러한 소통의 결과가 산학협력 발전에 푸른 신호등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정부에서 산업체 경력자2000명을 2012년까지 산학협력중점교수로 채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미 산업체 경험을 바탕으로 교수로 일하며 포니를 개발할 때만큼 보람을 느끼는 필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산학협력중점교수를 통해 대학과 기업 간의 장벽이 낮아지고 기업 현장이 학생들의 교육 현장으로 좀 더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 역시 대학을 생산기술 개발과 제품 개발 연구에 필요한 인재 확보를 위한 현장으로 활용할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부가가치 영역의 창출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는 청년실업, 창의적 인재 육성, 기업 경쟁력 확보 등의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대학 강단에 선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산학협력중점교수 제도가 활성화되려면 대학에서 산학협력중점교수 제도를 규정으로 체계화하는 한편 산업체 경험과 능력이 뛰어난 인력을 임용하여 산학협력 관련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산학협력중점교수들이 산학협력에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과거 우리나라의 산업을 일으킨 역군들이 다시 한 번 산학협력을 통해 대학과 기업의 새로운 희망으로 불리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조은화 울산대 기계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