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이나 계산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디지털 치매’를 겪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검색이든 길안내든 일정관리든 뭐든지 척척 알아서 해주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등장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요즘에는 차를 세워둔 주차장 구역을 찍어놓으면 나중에 위치를 안내하는 주차위치 기록 애플리케이션도 나왔다. 스마트폰을 가져오지 않은 어느 날 차 세운 곳을 찾지 못해 1시간 넘게 헤맸다고 고백한 지인도 있다.
▷세계적 경영컨설턴트인 니컬러스 카는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인터넷 때문에 뇌가 퇴화해 궁극적으로 인류는 적자생존 생태계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뇌는 쓰면 발달하고 안 쓰면 퇴화한다. 뇌구조가 물리적 자극에 따라 변화하는 성질이 있어서다. 뇌에서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에 대한 연구가 좋은 예다. 런던 택시운전사들의 두뇌를 학자들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더니 보통사람보다 해마 부분이 더 컸다고 한다. 런던에서 택시 면허를 따려면 런던의 복잡한 길을 외워야 하므로 해마가 발달했다는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