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는 조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만석거(萬石渠)를 훼손했는데 수원시는 만석거 개발 당시 정조가 만든 저수지라는 사실조차도 몰랐습니다."
한신대 국사학과 유봉학 교수는 1일 "1990년대 후반에 만석거 매립당시 개발 반대 운동을 펼쳤지만 매립을 막지 못했다"며 수원시의 개발계획에 쓴소리를 했다.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만석거는 조선조 성군 정조가 1795년 수원 일대에 조성한국영시범농장에 물을 대려고 만든 인공 저수지로, 이 저수지로 인해 쌀을 1만석 더 생산하게 되자 이름을 만석거로 불렀다.
만석거를 공원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문화유적조사도 하지 않고 개발에 착수, 사학계 인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기로 했다.
만석거는 현재 수원시의 향토유적으로 지정됐을 뿐 도의 문화유적 지정을 받지 못해 각종 개발시 문화재보호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만석거를 매립한 지역에는 운동장, 테니스장, 야외음악당, 주차장 등이 들어서 있고 야외음악당에서는 수시로 각종 음악회가 열려 인근 주민들이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남아있는 저수지도 인근 아파트 단지 등에서 각종 오폐수가 유입되면서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가 지난 6월 기준 8ppm에 달한다.
그는 또 "성곽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하면서 농사용으로 조성한 인공저수지는 훼손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흥분했다.
이와 함께 정조가 만석거의 성공을 기반으로 하류에 조성한 서호저수지도 만석거가 공원으로 조성되던 해에 전체의 30%가량이 매립됐다. 서호저수지는 수질관리도 안돼 지난 6월 COD(화학적산소요구량)가 12ppm으로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유 교수는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역사의식을 없어 만석거를 훼손했다"며"하루빨리 문화유적으로 지정해 더 이상의 훼손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의 한 관계자는 "만석거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인지 몰랐다"며 "특별히 관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