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팬츠 등 과거 남성들이 입었던 옷을 활용해 남성적이면서도 여성스러운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셀린느의 2011년 가을겨울 컬렉션 작품. 셀린느 제공
인간미를 중요시했던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와서는 남자는 어깨에 커다란 패드를 집어넣은 변형된 재킷의 형태인 푸르푸앵(Pour point)을 입었고 아래에는 반바지 형태의 오드쇼스(Haut de Chausses)에 마치 발레리노를 연상시키는 긴 타이즈 형태의 바드쇼스(Bas de Chausses)를 입어 선정적일 정도로 성적 매력을 드러냈다. 여자도 스터머커(Stomacher)라는 코르셋 역할을 하는 가슴받이로 허리를 한껏 조이고 페티코트를 입어 스커트를 부풀리는 새로운 조형미를 창조해 바로크와 로코코 그리고 19세기의 로맨틱한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그 감각을 이어왔다.
19세기 후반, 20세기에 접어들면서는 남성의 패션이 여성을 지배하게 되었다. 산업화와 근대화의 물결이 복식을 간단하게 만든 것도 이유가 있겠지만 여성들은 남성의 재킷을 그 기본 형태를 유지하면서 차츰차츰 로맨틱한 드레스 위에 겉옷으로 입기 시작하더니 그 후에는 아예 남성처럼 재킷과 스커트로 나눠 입기 시작했다. 여성에게 특수복이나 운동복, 작업복으로 여겨졌던 바지가 1970년대부터는 팬츠슈트로 자리매김하며 여성의 패션에서 발산하는 남성적인 매력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서로 다름에 대한 매력을 경쟁하기보다는 서로 마음씨 좋게 그 매력을 나누어 썼다고 본다. 그러기에 패션의 옳고 그름은 주민투표로 결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