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콤새콤 긴 여운 ‘발사믹 식초 고기 요리’
이탈리아 모데나의 레스토랑 ‘알디나’.
이탈리아 중부지역에는 모데나란 조그마한 도시가 있다. 여자 혼자라면 자주 뒤를 돌아보게 될 만큼 적막한 도시지만 천 년이 넘게 내려온 ‘이것’ 하나로 세계에 그 이름을 떨치고 있다. 모데나의 전통 발사믹 식초, 아체토 발사미코 트라디치오날레 디 모데나. 우리의 시골집 장이 그렇듯 그것은 오직 포도만으로 만들어지는 모데나 사람들의 ‘장’이다.
그 옛날 할머니 때부터 집안마다 내려온 비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세월의 끈덕진 힘으로 완성된다. 이 지역 전통품종 포도를 으깨어 걸러 끓여 식힌 후에 나무통에 담아 수분이 졸아들면 1∼2년마다 작은 통으로 옮기면서 최소 12년 이상 지나야 만들어진다. 모데나 가정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며 음식에도 쓰이고 비상약이 되기도 했으며 시집가는 딸에게 들려 보내기도 하였다. 전통 발사믹 식초의 명가로 꼽히는 가정집에서 맛본 적이 있는데, 혀에 닿자마자 응축된 와인의 맛과 화사한 단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식초와 고기,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궁합이지만 이탈리아 모데나의 레스토랑 ‘알디나’에서 맛본 발사믹 식초 고기 요리는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 김보연 씨 제공
잡냄새를 잡아줘 고기의 맛을 경쾌하게 이끌어냈지만 식초맛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그 당시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단순하고 강렬한 맛이 스멀스멀 떠오를 때가 있다. 하긴, 모데나 사람들의 입맛을 1000년 넘게 붙잡아 둔 맛이 아닌가. 전통 발사믹 식초로 만든 제대로 된 고기요리를 언젠가는 꼭 먹어보고 싶다.
푸드칼럼니스트 ‘유럽맛보기’ 저자 pvir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