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적 첫 승은 모든 것이 얼떨떨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31일 문학 SK전. 선발 리즈가 2회 1사에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 돌연 자진 강판했다. 아무 생각 없이 불펜에서 놀고 있던 유원상은 공 한번 못 던지고 마운드로 호출됐다. 그런데 4.1이닝(81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화 시절이던 지난해 7월30일 잠실 두산전 이후 397일만의 승리였다.
그런데 1일 SK전에 앞서 만난 유원상은 정작 덤덤했다. “오랜만에 이긴 줄은 알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린 줄은 몰랐다. 오히려 신문기사를 보고 내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LG에서 넥센으로 옮겨간 심수창이 18연패를 끊고 786일 만에 승리를 얻은 것과 비견된다고 농담하자 “어떻게 감히 (심)수창이 형 기록에 비교가 되겠나? (수창이 형 기록에 비하면) 나는 눈물을 흘리기는커녕 눈 주위가 붉어지는 정도도 안 된다”고 넉살좋게 받아쳤다.
LG 이적 후 3경기에서 8.2이닝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유원상은 마침 부상으로 빠진 리즈의 백업 선발로 거론될 만큼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아직 직구구속은 140km 초반으로 불만족스럽지만 포크볼이 잘 듣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의 호투 분석이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matsri21
편집|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