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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동영]서울시장을 인기로만 하나

입력 | 2011-09-02 03:00:00


이동영 사회부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정치권에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10월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냈거나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이 20명이 넘는다. 전현직 총리와 전현직 장관, 유명 교수, 시민운동가 등 직업군도 다양하다. 대다수는 거물급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라서인지 여야가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무상급식 투표 패배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한나라당에서는 후보 선출 문제를 놓고 벌써부터 지도부가 시끄럽다. 나경원 최고위원이 부상하는 것이 홍준표 대표는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나 최고위원이 연예인의 ‘신기루 인기’를 가진 것으로 보는 듯하다. 실제 여권에서는 그를 ‘준비된 시장감’으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가 있다.

야권은 더 심각하다. 수도권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인지 너도나도 후보가 되겠다고 나서는 분위기다. 지역구가 경기 안산인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은 1일 의원직 사퇴서까지 냈다. 그는 국민이 달아준 의원 배지를 내던지면서도 자신이 왜 경기지사가 아닌 서울시장으로 적임자인지 밝히지 않았다. 당선되면 내년에 다시 시장직을 내놓고 대선에 뛰어드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출마 의사가 강하다고 한다. 조국 서울대 법학과 교수는 정치권에 굵직한 이슈만 등장하면 이름이 거론된다. 그가 서울시정에 얼마나 관심이 있었는지 아는 시민은 거의 없다.

서울시장이 되기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한 사람은 민주당 후보 경선에 두 번 도전했던 이계안 전 의원이 전부나 다름없다. 그는 뉴타운과 보육시설, 한강르네상스 사업 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그는 유력 후보군에 끼지 못한다. 결국 준비한 사람은 지지도가 낮고, 인기가 있는 사람은 준비가 덜 돼 있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서울시는 대한민국 인구의 5분의 1이 살고 있는 작은 정부다. 시장은 연간 23조 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집도 짓고 교통과 환경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출산, 보육 문제도 시장의 일이다. 인기가 좀 있다고 해서 아무나 나설 수 없는 이유다.

이런 분위기라면 서울시장 선거는 ‘나쁜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준비된 ‘착한 후보’가 아닌, 인기만 믿고 정치력 키우기에 몰두하는 후보들로 본선이 치러질 판이다. 여야가 이번에도 겉만 번지르르한 ‘부실 후보’를 내놓고 시민의 선택을 강요한다면 또 다른 ‘투표 거부 운동’에 직면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동영 사회부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