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성 입증이 중요한 범죄가 있다. 뇌물수수죄가 대표적이다. 전국청원경찰협의회(청목회)로부터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들에게 법원이 조만간 판결을 내릴 예정인데 이들이 받은 돈이 입법로비에 대한 대가인지, 진짜 정치후원금인지가 판결의 관건이다. 지난해 ‘스폰서 검사’ 수사에서 건설업자에게 돈을 받아 그랜저 승용차를 샀으나 나중에 찻값을 돌려준 검사에게 대가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성매매 사건에서도 성행위 후에 대가가 지불되지 않았다면 성매매가 성립하지 않는다.
▷선거법의 후보자 매수죄는 뇌물수수죄와 구조가 비슷하다. 대가성 입증이 중요하고 돈을 준 쪽이나 받은 쪽이 모두 처벌된다. 뇌물수수죄의 사전수뢰와 사후수뢰처럼 후보자 매수죄도 사퇴 전 매수죄와 사퇴 후 매수죄로 나뉜다. 선거법상 사퇴 전 매수죄는 ‘후보자를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금전 직위를 제공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것’, 사퇴 후 매수죄는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로 후보자였던 자에게 금전 직위를 제공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것’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선거에서는 공정성을 위해 대가성 뒷거래를 불허해야 하지만 선거 이후는 또 다른 생활의 시작”이라며 선거만 끝나면 더 이상 대가성 뒷거래는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법의 공소시효 조항은 선거일 후 행해진 범죄에 대해서는 그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6개월이라고 규정해 선거일 후에도 선거범죄가 행해질 수 있음을 예상하고 있다. 후보 사퇴에 대한 대가가 선거 이후에 제공되면 사퇴 후 매수죄에 해당한다. 사퇴 후 매수죄는 사전 약속이 필요하지도 않다.
▷곽 교육감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준 2억 원은 후보 단일화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궁박한 생활을 보다 못해 선의(善意)로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5일 곽 교육감 소환을 앞두고 검찰은 이 돈의 대가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사든 판사든 곽 교육감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결국 돈이 오간 정황을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수뢰죄에서도 대가성이 있었다고 순순히 대답하는 피의자는 거의 없다. 수뢰죄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보면 대가성은 쌍방간에 특수한 사적 친분관계가 있는지 여부, 금품의 다과, 금품을 받은 경위와 시기 등 제반 사정이 그 판정 기준이 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