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보도, 핵심쟁점 4개 중 3개 허위”“공적 관심사에 해당… 명예훼손 아니다”
이용훈 대법원장 ‘마지막 판결’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용훈 대법원장(가운데)이 2일 마지막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여했다. 이날 전원합의체는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사건 외 4건의 청구신청사건 심리 결과를 선고했다. 이 대법원장은 4건의 사건에서 모두 다수 의견에 동참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허위 보도’ 논란에 마침표
이날 대법원은 △제작진의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형사사건과 △MBC를 상대로 정정·반론 보도를 청구하는 민사사건을 함께 선고했다. 이번 판결로 그동안 PD수첩 보도와 관련된 하급심 민형사 재판 과정에서 엇갈렸던 허위 여부에 대한 판단이 통일됐다.
특히 한국인 500명의 유전자 분석 등 과학적 연구 결과를 인용해 ‘한국인의 유전자형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논란을 촉발한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전원합의체 재판부가 유사 사건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과학적 연구의 한계나 진실 여부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단계에서 별다른 언급 없이 단정적으로 보도할 경우 허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허위 사실로 정정보도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경우 정부가 대응할 수 없고 △정부가 미국의 도축 시스템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부분은 ‘평가나 의견’에 해당해 정정보도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언론 보도에는 보통 ‘사실’과 ‘의견’이 혼재하는데 사실을 다룬 보도만 정정·반론 보도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의견을 다룬 이 부분은 아예 허위 여부를 따질 수 없다는 것이다.
○ “공적 사안에는 언론 자유가 우선”
주요 방송내용이 최종적으로 허위로 판명 났는데도 제작진에게 무죄가 확정된 것은 PD수첩의 ‘먹거리’를 다룬 보도 내용이 국민이 알아야 할 공적인 관심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정부나 국가기관의 정책 결정이나 업무 수행과 관련된 사안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사적인 영역에 대한 보도에서는 언론의 자유보다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공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평가를 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