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순 이후 이달 초까지 한여름보다 기온이 오르고 일조시간이 늘어나는 ‘이변’이 계속되고 있다. 도시인의 ‘불쾌지수’는 올라가지만 올여름 비 때문에 늘었던 농민의 주름은 조금씩 펴지고 있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상순 서울지역 일조시간은 20시간, 중순은 8.6시간에 그쳤다. 일조시간은 농작물 수확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지난달 상순과 중순의 평년 일조시간이 각각 51시간 남짓인 점을 감안하면 성하(盛夏)의 8월에 올해는 거의 햇빛을 보기 힘들었다는 얘기다. 낮 기온도 평년에는 30도를 넘었지만 지난달 중순은 27.4도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작물 수확 예측도 바뀌고 있다. 당초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올해 해가 뜨는 날을 찾아보기 힘들어 유례없는 흉작이 예상된 바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비가 계속되던 지난달 농업관측정보를 통해 올해 포도와 사과 수확량을 지난해보다 각각 10.7%와 6.9%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달 관측정보에는 생산량 감소치를 9.6%와 6.7%로 다소 줄였다. 포도의 경우 생산량이 1%포인트 늘면 2500t이 더 수확된다. 정호근 농촌경제연구원 과일과채관측팀장은 “과일은 일조시간이 가장 중요한 생산 변수”라며 “이달까지 현재의 일조시간이 유지된다면 포도의 평균지름이 1mm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쌀 수확량 역시 지난달 하순에서 이달의 일조시간이 전체 수확량의 74%를 결정하는 만큼 이달 기상 여건이 좋다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수확이 예상된다. 당초에는 지난해보다 1.2∼4.0% 줄어든 418만 t 정도 수확이 예상됐다.
한편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는 올 추석연휴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이달 중순까지 한반도 동쪽과 서쪽에 고기압이 배치되면서 맑은 날이 많고 강한 일사로 인해 낮기온 30도 내외의 늦더위가 계속될 것”이라며 “추석 연휴에도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가 한반도 상공에 위치해 기온이 평년(18∼24도)보다 3, 4도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