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장 보선 출마 시사… 선거판 요동
시선집중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일 서울 서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청춘콘서트’ 행사에 앞서 자신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설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 원장은 “결심이 서면 직접 말하겠다”고 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안철수, 출마 선언 숨고르기?
안 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그동안 현실정치 참여의 기회가 많았는데도 계속 거부 의사를 보였던 것은 ‘한 사람이 바꿀 수 없다’는 일종의 패배의식 때문이었다. 대통령이라면 크게 바꿀 수 있는데 저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이란 자리가 어떤 정치적 목적으로 쓰일 자리는 아닌 거 같다”며 “국회의원과 다르게 시장은 바꿀 수 있는 게 많다”고 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보다 서울시장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것이다.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도 “우리 안 박사에게 정치를 권유한다. 안 박사는 영혼이 있는 기업이 꿈이었는데, 꿈을 실천했다. 영혼이 있는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드문 사람”이라고 말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안 원장은 “누구는 ‘출마 안 하면 (안 원장이 개발한 컴퓨터백신프로그램인) V3 지워버릴 거’라고 제게 말씀하시더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 “수평적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리더십의 개념이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대중이 원하는 리더의 요건으로 안정감, 희망, 공감능력의 세 가지를 들기도 했다. 그는 “내가 (서울시장) 자격이 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자격이 없으면 출마를 안해야 한다”면서도 ‘출마 여부에 대해 무념무상이냐’는 질문에는 “유념유상이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선 이미 ‘안철수 시장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안 원장 후원그룹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범여권의 ‘책사’로 꼽히는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장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원장이 시장 선거에) 나간다면 전력을 다해 도울 거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선거 노하우를 동원해서 당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유권자들은 지금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아닌 새로운 세력의 출현을 원하고 있다”며 안 원장의 출마를 계기로 정치권의 지형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경철 씨도 트위터에 “만약 안쌤(안 원장)이 결심을 하신다면야. 저도 한 표 던지겠습니다”라며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춘콘서트를 공동 주최하고 있는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 스님도 안 원장의 후원그룹으로 꼽힌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기자들에게 “(안 원장이 정말) 나온다더냐. 내일은 영희도 나오겠다”고 농담을 했다. 당초 한나라당은 연찬회에 안 원장을 초청해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대담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했으나 안 원장의 일정 때문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중도개혁성향의 안 원장을 영입하면 보수 표를 확대할 수 있어 유리해진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고위 당직자가 최근 안 원장을 접촉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안 원장은 이날 무소속 출마 의사를 확인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차이가 없다”면서도 “분명한 건, 국민정서상 한나라당은 아니다”라고 말해 한나라당 후보로 나갈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난 중도에 가깝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청춘콘서트에선 ‘강남좌파’라는 일부 시각에 대해 “(나는) 강남에도 안 살고 좌파도 아닌데…”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안 원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다자구도가 되는 것도 나쁠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20, 30대에 인기가 높은 안 원장이 독자 출마하면 친야 성향의 표를 분산시켜 한나라당 후보가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 갑작스러운 출마설에 당황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