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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돌직구’ 오승환과 ‘돌팔매질’ 장청

입력 | 2011-09-04 09:39:20


오승환은 '돌직구'를 앞세워 최연소, 최소경기 200세이브를 달성했다. 스포츠동아


중국의 4대 기서(奇書) 중 하나인 수호지에는 양산박에 모인 영웅호걸 108명이 나온다. 이중에 몰우전(沒羽箭) 장청(張淸)이라는 호걸이 있는데 그의 특기는 돌팔매질다.

돌을 어찌나 달 던지는 지 백번 던져 백번 다 원하는 곳을 맞힐 정도여서, 깃털 없는 화살, 즉 '우전(羽箭)'이라는 별호가 붙었다.

호기라는 벼슬을 가지고 있던 장청은 양산박 두령 중 한명인 노준의가 쳐들어오자 나가 맞섰는데 잠깐 사이에 돌팔매질로 양산박 장수 열다섯을 쓰러뜨리는 실력을 과시했다.

그의 돌팔매질에 눌린 양산박 쪽에서는 꾀를 써 그를 물속에 빠뜨린 뒤 사로잡아 동지로 끌어 들인다.

이런 장청이 요즘 세상에 태어났더라면 어떤 인물이 됐을까. 아마도 프로야구의 초특급 투수가 되지 않았을까.

오승환은 '돌직구'를 앞세워 최연소, 최소경기 200세이브를 달성했다. 스포츠동아


갑자기 수호지의 장청이 떠오른 이유는 '세이브왕' 오승환(29·삼성) 때문이다.

지난달 12일 한국 프로야구 최연소(29세 28일), 최소경기(334경기) 200 세이브 기록을 세운 오승환.

그가 던지는 공은 '돌직구'라 불린다. 이렇게 돌처럼 무겁고 강한 직구하나만으로 프로야구를 평정하고 있다.

오승환의 이런 '돌직구'를 한 스포츠지에서 분석한 것을 보니 내로라하는 타자들이 알고도 못 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분석에 따르면 오승환의 직구는 포수의 글러브에 들어갈 때까지 1초당 약 48번이나 회전해 국내 프로야구 투수 평균인 42회 보다 6번이나 더 회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직구에 강한 회전이 걸리면 공이 떠오르는 현상(호핑)이 일어나는데 오승환의 '돌직구'처럼 '떠오르는 직구'에 대해서는 타자들이 속수무책이라는 것.

오승환이 던지는 \'돌직구\'는 타자 앞에서 떠오르는 현상이 일어난다. 스포츠동아

이런 '돌직구'를 던지려면 강한 악력이 기본. 오승환은 손힘을 키우기 위해 대학 시절 언제나 악력기를 쥐고 다녔다고 한다. 여기에 요즘에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해 강한 팔의 힘을 유지하고 있다.

오승환은 투구 시 강한 손가락 힘으로 공에 스핀을 준다. 변화구를 던질 때처럼 기술적으로 손을 비트는 게 아니라 강한 악력으로 공에 힘과 회전을 넣기 때문에 '돌직구'가 가능한 것.

오승환은 이 '돌직구'를 앞세워 세계 최소경기 200세이브를 달성했고, 최소경기 40세이브 달성을 다음 목표로 세웠다.

신기록 행진의 주무기인 이 '돌직구'의 최고 구속은 시속 154㎞이고, 평균 구속은 146~148㎞이다.

수호지를 비롯해 삼국지 등 중국의 기서를 읽다보면 좀 과장이 심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오승환의 '돌직구'를 보면, 장청이 돌팔매질로 장수 15명을 연거푸 쓰러뜨렸다는 게 과장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