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특단대책 시급”

○ 7, 8월 가계대출 증가액 사상 최대
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 가계대출은 8월 한 달간 6조3000억 원 늘었다. 7월 증가액 4조3000억 원에 비해 46.5%나 증가했다. 6월 정부의 가계대출 종합대책이 발표된 후 7월에는 전달보다 23.2% 줄었지만 8월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감독 당국은 전세금 급등으로 전세자금이 늘고 경기불안으로 생활자금 수요가 일면서 마이너스 대출이 급증한 것이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감독당국이 주요 은행들의 가계대출을 옥죄는 사이 제2금융권에서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풍선효과’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생계형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이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자 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다”며 “가계대출 문제가 터지면 먼저 2금융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가계신용대출 업무를 주로 하는 솔로몬, 현대스위스, HK, W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8월 말 현재 3조462억 원으로 1개월 전보다 4.3% 증가했다. 감독당국이 권고하고 있는 월간 가계대출 증가율 0.6%를 크게 넘어섰다.
NICE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경기불안과 금리인상 등으로 가계부채가 부실화되면 금융권 가운데 저축은행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가계대출의 46.48%가 연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감독당국도 2금융권 가계대출 문제의 위험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은행들의 8월 가계대출 증가율은 평균적으로 0.6% 이내에서 막았지만 농협 단위조합과 신협 대출, 보험사 약관대출의 증가율은 각각 1% 이상 늘었다”며 “2금융권의 높은 대출 증가율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가계대출 수요도 억제해야”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준비금 추가 적립, 고위험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예대율 인하 등의 방법을 동원하면 은행들도 대출을 줄이는 것 외에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생계자금이 필요한 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출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컨대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신용대출을 포함한 모든 대출에 단계적으로 적용해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 대한 대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대출은 금융감독의 측면에서만 접근하기보다는 금리, 고용창출, 부동산 대책 등 종합적인 거시정책의 틀에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