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몇 년 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때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우선 2008년에는 가계와 은행 등 민간이 문제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그 부채를 떠안은 정부가 위기의 전면에 서 있다. 또 당시에는 위기가 미국만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세계 각국의 정부 재정이 총체적으로 위태롭고 정책수단도 바닥이 났다.
하지만 실상 이런 부정적인 차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신흥국 경제는 몇 년 전보다 더욱 강하고 선진국과 차별화되고 있음이 입증되는 상황이다. 최근 3년간 신흥국들은 세계 실질성장의 75%를 기여했다. 특히 이 기간 세계 성장의 54%를 기여한 중국은 빚더미의 선진국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꿋꿋한 성장을 해왔으며 여차하면 앞으로 쓸 정책카드도 남아 있다. 전 세계 국민총생산에서 중국의 비중은 10%에 못 미치지만 구매력 기준으로는 20%에 이르고 있다. 올해 예상 성장률만 봐도 신흥국 5.9%, 선진국 1.6%로 차별화된 성장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도 2008년과는 다른 점이 많다. 3년 전과는 달리 미 은행들은 총 1조6000억 달러의 초과지급준비금을 쌓아놓고 있다. 미국 내 외국은행들의 현금보유액도 최근 조금 줄기는 했지만 3년 전 1000억 달러와는 비교가 안 되는 75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민간기업들 또한 투자를 미룬 채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르는 현금을 손에 쥐고 있다. 실물 면에도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 82%에서 66%까지 떨어진 제조업 가동률은 지금 76%로 올라 있다. 소매 판매나 자본재 수주액 등도 비교적 양호하고 특히 낮은 재고로 이젠 재고의 부정적 영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최근 반년간 미 경제는 북아프리카 중동 사태, 동일본 대지진, 국가신용등급 강등, 유럽 위기 등 마찰적 악재들의 집중 포화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이처럼 경제의 기본이 아주 비관할 정도가 아니라는 점은 나름 시사하는 바가 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