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이 바이러스 걸렸나… 백신업자 필요없다”野 “오세훈 발굴한 사람과 조합… 정체성 뭐냐”
정치권은 특히 젊은 세대의 ‘롤 모델’로 꼽혀온 안 원장의 행보에 민감하다. 안 원장이 ‘무소속 출마’를 강하게 시사하면서 여야의 계산이 더욱 복잡해졌다. 처음 안 원장의 출마설에 조심스럽게 여론을 살피던 정치권이 점차 그에게 발톱을 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 적군인지, 아군인지…
한나라당 서울지역의 한 의원은 “안 원장이나 ‘시골의사’ 박경철 씨 등은 전국투어를 하거나 야당 정치에 깊숙이 개입해 이미 정치를 해온 것 아니냐”며 “새 바람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2008년 총선 때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한나라당의 핵심 당직자는 ‘안 원장 영입 가능성’에 대해 “한나라당이 바이러스에 걸렸느냐. 백신업자는 필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에서도 안 원장에 대한 견제가 시작됐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최고위원은 4일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르겠다”며 “(2006년 서울시장 선거 때) 오세훈 후보(전 시장)를 발굴했던 분(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안 원장을 발굴한 것을 보면 안 원장이 민주개혁진보세력은 아닌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부터 주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윤 전 장관의 이력을 들어 “안 원장과 윤 전 장관의 조합은 부자연스럽다”는 얘기도 나온다.
○ 공격하면서도 손짓하는 이율배반
안 원장이 무소속 출마를 고집하면 야권 표를 분산시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기세를 올린 민주당을 침몰시킬 수 있다. 반대로 안 원장이 야권의 후보 통합에 참여하면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야 하는 한나라당으로선 최악의 구도다.
○ “대항마를 찾아라”
여야는 ‘안철수 변수’에 촉각을 세우면서도 대항마를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특히 후보군이 좀처럼 가시화되지 않는 한나라당이 더 급하다. 당내에선 김황식 국무총리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등의 이름이 나온다. 하지만 현 정부 인사를 내세우면 ‘MB(이명박 대통령) 심판론’으로 선거구도가 짜일 수 있고, 대기업에 대한 중도층의 반감이 큰 상황에서 대기업 출신을 내세우기도 마땅치 않다. 여당은 후보가 없어서, 야당은 후보는 많지만 안 원장 같은 대어가 없는 상황이 걱정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