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물은 사람 몸에 얼마나 좋을까. 옛날 사람들은 “비가 갠 뒤 우물물을 쓰지 말라”고 했다. 비가 온 뒤 장을 담거나 음식을 했을 때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한 얘기일 것이다. 요즘 식으로 말한다면 빗물이 산성화하고 지표수가 오염됐으니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맛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좋은 물과 공기를 찾아 산골을 찾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한약을 달이는 물은 더 중요하다. 동의보감에는 물의 품질을 논하면서 ‘사람의 형체에 살찐 것과 마른 것이 있고 수명에 길고 짧음이 있는 것은 기후와 풍토 그리고 물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대목이 있다. 또 물을 마셔 병을 치료할 때는 새로 길어온 맑은 샘물을 쓰는 것이 좋다면서 물을 33종으로 분류했다.
추로수는 가을 아침이슬을 받은 물이다. 가을의 수렴하는 기운과 서늘한 기운을 받았기 때문에 정신병을 치료하는 약을 달일 때 쓴다. 천리수는 멀리서 흘러오는 강물인데, 험난한 곳을 많이 거치며 왔기 때문에 막힌 곳을 뚫어 주거나 손발 끝의 병을 치료하는 약을 달이는 데 쓴다.
급류수는 세고 급하게 흐르는 여울물. 빠르고 급하게 아래에 도달하는 성질을 이용하여 대소변이 막힌 데 응용한다. 지장수는 황토 땅에 구덩이를 파고 물을 채워 저었다가 앙금이 가라앉았을 때 뜬 맑은 물이다. 해독 효능이 있어서 독을 풀어주는 데 사용한다.
찬물과 끊인 물을 반반씩 합친 음양탕은 숙취나 독을 풀어주고 환경이 바뀔 때 생긴 배탈과 구토에 좋다. 또 갑자기 체하거나 정신적인 충격으로 가슴이 막힐 때 먹으면 효과가 있다.
우리가 마시는 물 한잔에도 물의 역사가 스며들어 있다. 빗물이 흘러 개울과 강을 거쳐 바다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환경의 변화를 겪게 된다. 물도 알고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