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로 이기겠다” 승부욕 불태우며 TV 끄고 책상 앞으로…
《서울 명지중학교 3학년 박상준 군(15)은 요즘도 가끔 중1 때의 성적표를 들여다본다. 해이해진 마음을 다잡는 데는 그만이다. 입학 후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 433명 중 130등이었던 박 군의 당시 성적표에는 70점대가 수두룩했다. 초등생 때 반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똘똘하다’는 칭찬을 듣던 때와는 달랐다. 당시 박 군은 난생 처음 받아본 점수에 충격을 받았다. 결정적인 건 친구가 대화 중 무심코 건넨 한마디였다. “넌 나보다 공부 못하잖아.” 그때부터 박 군의 마음속에는 ‘이기고 싶다’는 승부욕이 끓어올랐다. “처음엔 저에게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위안했어요. 저희 형도 중학교 입학하고 치른 첫 시험에서 성적이 떨어졌거든요.이후 나름대로 공부한다고 했는데 기말고사에서 성적은 더 떨어졌습니다. 처음으로 공부가 어렵다고 느꼈죠. 그제야 제 점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됐습니다.”(박 군)》
○친구의 한 마디, 충격요법 ‘톡톡’
중학교 입학 이후 떨어진 성적을 1년 만에 대폭 향상시킨 서울 명지중 3학년 박상준 군.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 매일 공부하고 수업 내용을 당일 복습하는 습관이 큰 도움이 됐다.
우선 TV를 끊었다. 그 대신 책상 앞에 앉는 시간을 늘렸다.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 계획을 짜고 매일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다. 기술가정, 도덕 과목의 수업을 들은 날엔 배운 것을 당일에 복습하려고 노력했다.
“한번은 그 친구들이 제게 무심코 성적을 비교하는 말을 던졌어요. 살짝 충격을 받았지요. 그때 ‘단 한번이라도 저 친구들을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2학년 때 그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된 거예요. 마음속으로 저만의 목표를 세웠죠.”(박 군)
박 군의 성적이 대폭 향상된 건 이때다. 굳은 의지로 겨울방학을 보낸 뒤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박 군은 반에서 4등을 했다. 친구들은 몰라보게 성적이 향상된 박 군에게 “커닝했냐?”면서 농담을 던졌다. 박 군 스스로도 ‘우연히 잘 나온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기말고사 때는 평균점수가 더 올라 94점을 기록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냉철한 분석과 전략적 접근으로 ‘상위권 제패’
박 군은 ‘D-4주 전략’으로 내신을 관리한다. 시험 4주 전부터 내신대비에 들어간다. 주말에 보던 예능프로그램도 끊고 미리 짜둔 계획에 따라 과목공부를 하나씩 끝낸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과목별로 사흘씩 투자해 공부한 뒤 다음 과목으로 넘어간다. 시험 보기 하루 전엔 해당과목을 살펴본다.
박 군이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요즘도 성적이 떨어지는 과목이 있으면 좌절하기보다는 그 과목에 맞는 공부전략을 세운다. 유독 성적이 안 오르는 과목을 보면 주위에선 학원을 권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번도 사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박 군은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학교공부에만 충실하려 한다.
박 군은 2학년 여름방학부터 최상위권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학교 영재반에서 심화학습을 하고 있다. 1학년 때만 해도 자격요건에 미치지 못해 영재반에 들어갈 수 없었다. 박 군은 “‘조금 더 노력해서 전교 50등 안에 들어보자’며 이끌어주셨던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했다.
“수학과 과학을 특히 좋아해요. 영재반에서 심화내용을 배우면서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나중에 수학이나 과학교사가 되는 꿈을 꿔요. 꿈을 이루면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잠재력 있는 친구들을 이끌어주고 싶습니다.”(박 군)
박주선 기자 js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