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리비아 알부르칸 기지에서 반군이 정부군이 버린 스커드 미사일을 보고 있다. 카다피군의 마지막 근거지 중 한 곳인 바니왈리드로부터 70km 떨어진 곳이다. 바니왈리드=AFP 연합뉴스
카미스 부대 안에는 각종 탄피들과 총기 부품 등 군수용품이 널려있었다. 심지어 카다피군이 버리고 간 탱크들과 각종 무기 매뉴얼(사용설명서), 초소 당직근무기록표 등도 많이 발견됐다. 이곳에 들어온 한 리비아인은 군수용품을 담는 상자 하나를 자기 트럭에 싣고 갔지만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리비아 독재 정권의 한 상징이자 최고의 전투력을 보유했던 이곳이 흡사 관광지처럼 방치된 상황은 내전을 거친 리비아의 불안한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트리폴리에서 동남쪽으로 25km 정도 떨어진 농지에는 옛 소련의 스커드미사일이 경비병도 없는 상태에서 방치돼 있다. 사거리가 300km인 이 미사일은 이동식 발사대로 쓰이는 트럭에 장착된 채 있어 알카에다 같은 이슬람 테러 조직의 탈취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 전했다.
이런 가운데 리비아가 보유했던 재래식 무기의 행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자들은 “휴대용 미사일(MANPADS)의 위치를 추적해 수거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 정보관계자는 AP통신에 “중동 지역에서 휴대용 미사일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미 카다피군이 보유했던 재고 중 일부가 시장에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대 3만 기로 추정되는 휴대용 미사일은 개인 휴대가 가능하며 1발로도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다.
서방 세계는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 과정을 떠올리며 리비아 내 무기 방치 상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소련 붕괴 당시 제대로 관리 통제되지 못한 각종 재래식 무기는 러시아의 군 권력층과 마피아를 통해 중동의 테러단체에까지 팔려나가 지금까지도 러시아는 물론이고 서방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이언 마틴 자문관은 4일 “리비아의 새 지도자들은 현재 도로를 순찰하고 있는 수백 개의 무장그룹을 대체할 국가 경찰과 군 조직을 창설해야 한다”며 “무기 확산 문제가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트리폴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