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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플러스/칼럼]조쉬 하트넷이 한국에서 ‘핫’한 이유

입력 | 2011-09-06 14:26:45


‘조지오 아르마니’의 남성 향수 모델로 기용된 조쉬 하트넷

가끔 할리우드에서는 엄청난 히트를 기록한 영화가 한국 관객에게는 철저히 외면당하는 경우가 있다. 다시 말하면, 미국에서는 초대박 흥행 기록을 세웠지만 한국에서는 쪽박을 찼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그다지 신통치 않은 흥행 성적을 거둔 영화가 의외로 한국에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탄생한다.

이는 비단 영화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배우에게도 적용되기도 한다. 특히 할리우드에서는 초특급 배우로 대우 받지만 한국에서는 대중들에게 이름조차 생소하게 여겨지는 이른바 '운이 나쁜' 배우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조쉬 하트넷(Josh Hartnett)은 미국에서 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지명도가 상당히 높은 '운이 좋은' 배우 중 하나다. 특히 한국에서 조쉬 하트넷의 존재감은 어쩌면 필자의 생각보다 몇 배는 더 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대중들에게 할리우드 대표 미남 배우로 각인되어 있는 듯 하다.

필자가 이런 생각하는 큰 이유는 바로 최근 조쉬 하트넷과 광고 작업을 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지인들의 첫번째 반응 때문이다. 특히 여성 지인들의 경우, 조쉬 하트넷에 대한 반응이 언제나 필자가 예상한 몇 배 이상의 것이었기에 그가 얼마나 큰 인기를 얻고 있나를 짐작할 수 있었다.

수많은 할리우드 남자 배우들 중에서 왜 그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중복되는 답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백인임에도 불구하고 느끼하지 않은, 왠지 모르게 동양적인 느낌이 드는 그의 눈매에 대한 것이었다.

이런 반응을 전하자 그는 "제 눈매요? 저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부모님께 물어 보기도 했지만 저는 그저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미국인이에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조쉬 하트넷은 이병헌과 함께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I come with the rain)’에 출연하며 부산 국제 영화제에 참석한 바 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행보, 한국 팬들 직접 만나는 계기로…

조쉬 하트넷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세계 제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진주만(Pearl Harbor)'이다.

하지만 '진주만'이 데뷔작은 아니다. 단명한 TV드라마 시리즈 와 단편영화를 거쳐 그가 처음 할리우드 영화계에 입문한 작품은 공포영화 시리즈인 '할로윈'이었다. 그 뒤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데뷔작 '처녀 자살 소동(The Virgin Suicide)'등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커리어를 쌓다가 '진주만'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서브 주연이었던 조쉬 하트넷은 주연 배우인 벤 에플렉에 전혀 뒤지지 않는 열연으로 대중들의 뇌리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필자 역시 이 영화를 통해 조쉬 하트넷이라는 배우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을 정도로 '진주만'은 그를 세계적인 배우 대열에 합류시켰다.

'진주만' 이후, 정말 조쉬 하트넷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난리가 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미국 연예정보지와 TV방송들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새로운 '꽃미남 배우'가 나타났다고 들썩였고 주변의 많은 여성들이 그에게 매료되어 상기된 얼굴로 그의 매력을 이야기했다.

여심을 사로잡은 조쉬 하트넷은 차기작으로 로맨틱 코미디물을 선택하는 안이한 행보를 할 수 있었지만 바로 '진짜' 배우로서의 길을 걷는다. 다작은 아니지만 흥행보다는 작품성이 담보된 영화 위주로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그의 행보 탓에 '진주만' 이후 흥행성 높은 블록버스터 작품들에서는 그를 좀처럼 볼 수 없게 된 면도 없지 않지만, 반면 그런 행보 덕에 그는 몇 년 전 부산 국제 영화제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조쉬 하트넷이 특별히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 중의 하나도 한국에 방문해 대중들과 친근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로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시클로'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금사자상을 수상한 경력의 베트남계의 프랑스인 감독인 '트란 안 홍(Tran Ahn Hong)'의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I come with the rain)'가 부산 국제 영화제에 공식 초청이 되면서 주연 배우로서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특히 이 영화에서 그는 한일을 대표하는 최고의 배우들인 이병헌과 기무라 타쿠야와의 공연으로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딱 한번 한국을 간 것이 전부인데, 마치 몇 번은 간 것만 같아요. 지금도 그때 그 영화를 사랑하는 한국의 관객들의 열기가 잊혀지지 않아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이기도 해요."

파파라치에 포착된 조쉬 하트넷의 공항 패션.


▶"자신에게 어떤 스타일이 어울리는 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배우"

사실 수려한 외모는 물론 190cm를 육박하는 훤칠한 키, 모델 못지 않은 균형 잡힌 몸매까지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는 조쉬 하트넷은 그야말로 패션계가 꿈꾸고 바라는 이상적인 할리우드 스타이다. 그런 그를 패션 업체들이나 패션 매거진들이 가만히 놓아 둘 리가 만무하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이탈리아 디자이너 브랜드 '조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도 그를 자사의 남성 향수 브랜드의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고, GQ를 비롯한 전세계 남성 패션지의 커버는 물론 보그, 엘르 등 여성 패션지의 커버까지 섭렵하는 등 시대를 대표하는 남성 패션 아이콘으로 주목 받았다.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한국판 보그의 표지를 이병헌과 함께 장식하기도 하고, 화보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포토그래퍼 아서 엘고트(Arthur Elgort)와 한국계 유명 모델인 '혜 박'과 함께 하는 등 한국 패션계에서도 그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것이 사실이다.

실은 일상생활에서도 조쉬 하트넷의 패션에 관한 센스는 범인의 수준을 월등히 뛰어 넘는다 말할 정도로 발군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할리우드의 남성 스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의 평소 패션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파파라치 사진들이 각종 남성 패션관련 잡지나 블로그에 등장하며 멋진 남성의 패션 스타일의 견본으로 꼽힐 정도로 그의 패션 센스는 남다르다.

그의 그런 패션에 관한 센스는 얼마 전 필자가 그와 함께 진행한 아웃도어 브랜드 '로우 알파인(Lowe Alpine)' 광고 작업 때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미국판 GQ, 에스콰이어 작업은 물론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과 작업을 많이 한 유명 스타일리스트 멜 오텐버그는 조쉬 하트넷을 "자신에게 어떤 스타일이 어울리는 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배우"라고 평하며 "할리우드에서 자신과 어울릴 수 있는 스타일을 이해하고 있는 남자 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촬영 현장에 입고 온 그의 평상복은 스타일리스트도 필자도 감탄을 금할 수 없을 정도로 멋졌다.

그는 "패션에 대해 관심도 많고, 워낙 옷이나 신발, 안경 등을 좋아하는 편이라 패션과 관련된 작업은 앞으로도 많이 해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패션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조쉬 하트넷은 아웃도어 브랜드 ‘로우 알파인(Lowe Alpine)’ 광고 촬영장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한 여름에 인공 눈을 맞아야 하고, 스튜디오에 거대하게 세팅해 두었던 인공 암벽을 타고 내려야 하는 데다 온몸이 비에 홀딱 젖어야 했던 힘든 촬영이었지만, 촬영 내내 웃음을 잃지 않고 밝은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던 그를 보며 조금은 털털한 모습의 할리우드 스타도 있구나 하는 새로운 발견을 하기도 했다.

"실은 아웃도어 웨어나 등산복을 평소에 잘 입지 않는 스타일이라 조금 고민이 됐어요. 하지만 이 작업이 한국과 관련된 작업이고, 최근의 아웃도어 웨어가 이전보다 많이 세련되어 진 것이 눈에 보였기에 한번 해보기로 마음먹었어요"라고 말하며 빙긋 웃는 그를 보면서 그가 정말 한국에 대한 인상이 좋았나 보다 하는 생각에 기쁜 마음까지 들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필자는 얼마 전 그와 작업을 하기 이전까지는 조쉬 하트넷이라는 배우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나 감흥이 없었다. 그저 주위의 관계자와 스태프들의 뭐라고 딱히 말할 수는 없지만 마치 모두 사랑에라도 빠진 듯 약간은 들뜬 듯하기도 한 분위기가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그를 만나고 나서는 필자 역시도 그 분위기에 젖어 들고 말았을 정도로 그는 분명 존재감이 충만한 배우였다.

그래서인지 좀 더 대중적인 작품에서 그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보다는 그가 배우로서의 길을 착실히 걷기 위해 선택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팬으로서 즐기고 또한 박수를 보내줄 참이다. 차기작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 또한 '미션' 과 '시티 오브 조이' 등으로 유명한 롤랑 조페 감독과 함께 인도에서 촬영한 합작영화이니 다소 색다른 선택임에 분명하지만 그렇기에 그의 새 영화가 더욱 기다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조벡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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