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녕 논설위원]
선거를 도와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에게 수고비를 준 경우와 돈으로 다른 후보를 사퇴시킨 후보 매수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악질 범죄일까요.
작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곽노현 씨에 이어 2위를 한 이원희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 이 선거 후에 돌려받은 기탁금과 선거비용 31억여 원을 반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선거사무장이었던 사람이 공식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선거사무원 37명에게 수고비조로 1800여만 원을 준 것이 적발돼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판결 받았기 때문입니다.
선거법상 선거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 후보자의 가족이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후보자가 연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선거보전비를 반환해야 하고, 당선이 무효로 처리됩니다. 이원희 씨가 교육감에 당선됐다면 물러날 뻔 했습니다.
곽 교육감은 올해 초에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줬습니다. 선거와 무관하게 형편이 어려운 박 교수에게 선의로 준 것이라고 곽 교육감은 주장합니다.
그러나 곽 교육감의 회계책임자는 선거 전에 자신과 박 교수 쪽 관계자 간에 후보 사퇴에 대한 대가를 주고받기로 이면합의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선거 후 시간이 한참 지나 곽 교육감에게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교수 쪽의 녹취록에 따르면 이미 그 전에 박 교수가 곽 교육감을 찾아가 "이렇게 약속을 안 지키고도 부끄럽지 않느냐"라고 따졌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사전에 이면합의를 몰랐다는 곽 교육감의 주장은 믿기 어렵습니다.
자신이 연대 책임을 져야 할 회계책임자가 이미 범죄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에 곽 교육감은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습니다.
곽 교육감이 법과 책임을 아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교육감 직을 물러나고 국가로부터 보전 받은 선거비용도 토해 내야 마땅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