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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열 “무명땐 팬티만 입고 무술…이젠 팬 앞이라도 못해요”

입력 | 2011-09-07 07:00:00

지금은 뮤지컬과 영화판으로부터 동시에 구애를 받는 ‘귀하신 몸’이 된 김무열. 그가 가까운 미래에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같은 지적인 액션영화를 꼭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사진제공|프레인


■ 아이돌급 티켓파워…김무열, 그의 무대 밖 이야기

요즘 이 남자, 잘 나간다. 원래 본업은 뮤지컬 배우. 가끔씩 연극무대에도 얼굴을 내미는가싶더니 요새는 영화판의 새로운 별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관객 500만 명을 넘어 승승장구 중인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부모를 잃고 사랑하는 여인마저 빼앗긴 뒤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서군 역을 맡았다. 그런가 하면 뮤지컬의 고전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천재 도박사이자 그야말로 ‘간지’가 좔좔 흐르는 멋진 사나이 스카이로 연일 객석을 여성 관객으로 꽉꽉 채우는 이 남자, 김무열.

183의 훤칠한 키에 납작한 헌팅캡을 쓰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김무열은 “드디어 만났네요”하며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김무열과는 1년 전부터 트위터 ‘맞팔’인 사이. 하지만 직접 대면은 처음이다.

김무열은 평소 “작품 복이 많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첫 출세작인 ‘쓰릴미(2007)’는 본인 표현을 빌리자면 ‘돌고 돌아 온 작품’이다. 남자 두 명과 피아노 한 대만 덜렁 등장하는, 동성애 코드의 이 기묘한 작품은 김무열 신드롬을 일으키며 흥행에 대성공했다.

‘김무열표 쓰릴미’는 2010년에 재공연했는데, 순식간에 티켓이 동이 나서 기자조차 관람을 포기해야 했을 정도였다. 이 이야기를 들먹이며 슬쩍 항의성 눈빛을 보내니 김무열이 “죄송하게 됐다”며 머리를 긁적인다.

● 배고픈 무명 시절, 보디페인팅 퍼포먼스도

지금에야 뮤지컬과 영화판으로부터 동시에 구애를 받는 귀하신 몸이지만, 그에게도 무명의 시절이 있었다. “스무 살 때 창작뮤지컬 ‘짱따’로 데뷔했어요. 그 이후 5년 동안 무명이었죠. 개런티만으로는 생활이 안 되니까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건 …”

지방에서 했던 보디페인팅 퍼포먼스였다. 페인팅 작업이란 게 워낙 시간이 걸리는 터라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야 했다. 꼼짝 안 하고 몸에 페인팅을 하는 일도 힘들었지만, 페인팅이 끝나고 팬티 한 장 달랑 걸친 채 거리에서 평소 갈고 닦은 카포에라(브라질 무술)를 해야 했다. “팬들을 위해 다시 한 번 해줄 수 없느냐”라고 했더니 역시나 “다시는 안 한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배우들 사이에서 ‘김무열’하면 ‘자기관리’다. 늘 ‘준비된 몸’을 만들기 위해 소식과 운동에 철저하다. 아무리 바빠도 공연이 있는 날에는 조깅과 웨이트트레이닝을 절대 거르지 않는다. 저녁에 피치 못 할 술자리가 있을 경우에는 종일 식사를 하지 않을 정도. 공연을 함께 했던 한 여배우는 “식사량이 내 절반 정도인 것을 보고 놀랐다”라고 했다.

● 앞으로 욕심? 맷 데이먼의 ‘본’처럼 지적인 액션물

‘자기관리’뿐만 아니라 ‘타인관리’도 잘 한다. 김무열은 남자 선후배뿐만 아니라 여배우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후하다. 실제로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김무열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사라역의 정선아는 “무대 위에서 연기할 때 ‘내가 정말 이 남자를 사랑하는가’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배우”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들레이드’ 역의 옥주현은 “점점 더 멋있어질 배우. 보고 있으면 리처드 기어가 떠오른다”고 했다.

김무열은 하반기에 저예산 독립영화 ‘개들의 전쟁’에 출연한다. “예산의 대부분이 김무열 개런티로 나가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노 개런티”란다.

“언제든 실패해 주저앉을 각오가 돼 있습니다. 길게 보고 싶어요. 한 10년 후쯤 전성기가 오면 좋겠습니다. 아, 욕심이 하나 있긴 해요.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같은 지적인 액션영화를 꼭 해보고 싶어요. 어울릴까요?”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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