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준 주필
눈으로 확인한 4대강 사업 효과
공사가 90%쯤 끝나 있었는데, 완공되면 강변이 훌륭한 생활레저공간으로 탈바꿈할 것 같았다. 가로수 길은 잘 생긴 메타세쿼이아를 비롯한 교목(喬木)과 수백만 그루의 키 작은 나무, 그리고 풀꽃이 어우러져 몇 년 뒤에는 명품이 되지 싶었다.
무분별하게 널려있던 비닐하우스와 마구 버려진 생활 쓰레기로 오염됐던 인근 일대를 정비하고, 샛강 습지 같은 하천 생태계를 복원한 결과 환경도 좋아졌다. 일부 환경단체와 언론은 공사 때문에 여주 습지에서 자생하는 국화과의 다년생초 단양쑥부쟁이가 멸종할 것이라며 사업에 반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몇 년 전 어느 스님이 경부고속철 건설 때문에 경남 천성산의 도롱뇽이 사라질 것이라며 단식을 하는 바람에 공사가 지연됐지만, 고속철이 개통된 뒤에도 도롱뇽은 번성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일이 떠올랐다.
4대강 사업을 끈질기게 반대해온 어느 야당 의원은 며칠 전에도 외국인까지 대동하고 이포보를 찾아와 반대 행동을 하려다 주민들의 항의를 받고 물러갔다고 한다. 작년 7, 8월 공사 중이던 이포보 위에서 40여 일간 농성을 벌였던 환경단체 회원들과 이들을 찾아가 응원했던 야당 정치인들은 “보를 세우면 물이 썩고 환경이 오염된다”고 했다. 그러나 세계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승강(상하이동)식으로 멋지게 만든 이포보는 그럴 걱정이 없어 보였다. 4대강 사업으로 새로 들어선 여러 보는 회전식 승강식 전도식 등 저마다 형태는 다르지만 물을 비축하고 홍수를 막으며 환경을 개선하는 데 한몫할 것이다. 소규모이긴 해도 수력발전까지 가능해 에너지를 덤으로 얻게 됐다.
어제 오후 이포보에는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의 차윤정 환경부본부장도 와 있었다. 생태 전문가인 그는 “사업이 본격화한 지난 1년여 동안 혹시나 환경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때론 불안하기도 했지만 이제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며 웃었다. 강은 생태계의 중요한 기반이다. 물이 풍부하고 수질이 좋으면 우선 천변 생태계가 건강해진다. 그런데 우리 강들은 그동안 많이 메마르고 병들어 있었다. 이번 4대강 사업이 물난리를 줄이고 수자원을 늘리며 생태계 복원까지 도울 것이라고, 물고기 떼를 보면서도 믿게 된다고 차 부본부장은 말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의 악습 끊어야
4대강 사업에는 22조 원이 든다. 야당은 이 사업만 안 해도 복지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홍수 때문에 국민이 부담한 세금이 2002∼2006년 5년간만도 34조 원을 넘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더구나 4대강 사업이 완공되면 홍수 예방 말고도 수자원 활용도 증대, 강과 함께하는 삶의 질(質) 제고가 가능해진다. 다른 얘기지만 과거 좌파 정권들이 북한에 8조 원 이상을 퍼주지 않았더라면 국민이 세금을 덜 내거나 그 돈으로 복지를 확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퍼주기 햇볕정책은 북한 주민의 삶은 개선시키지 못한 채 김정일 김정은 세습정권의 안정과 핵 개발만 도왔다.
나는 작년 7월 ‘강은 다음 정권에서도 흘러야 한다’는 칼럼에서 이 강토의 젖줄이 건강해지도록 4대강 사업을 돕지는 못할망정 방해만이라도 말아 달라고 반대 세력에게 주문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의 악습은 이제 끊어낼 때도 됐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