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두가 양보한 희한한 단일화, 범야권 단일후보 불지펴
박원순 변호사(오른쪽)가 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서울 마포구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운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민주당 제공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이번 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비롯한 여야의 유력 예비주자들을 압도했다. 안 원장의 지지율은 36.7∼39.6%. 반면 박 변호사의 지지율은 2.1∼5.5%에 불과했다. 그간 정치권의 관례에 비춰볼 때 지지율이 10배 이상이 뒤지는 쪽으로 단일화가 된 것은 ‘사건’이다.
5일 안 원장과 박 변호사 간 단일화로 인해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 변호사는 안 원장과 단일화를 발표하기 1시간 전인 이날 오후 3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한명숙 전 총리와 3자회동을 갖고 범시민 야권 단일후보를 통해 한나라당과 1 대 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경선은 국민참여경선으로 하되 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유권자 전화면접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 내부 경선 뒤 통합 경선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한 방식이다.
특히 이날 단일화 합의는 향후 대선 정국에도 상당한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의 ‘양보’가 사실상 내년 대선 출마로 직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서울시장 판도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 구도에도 격랑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의 지지율을 볼 때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체제로 이어져온 대선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또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포기 선언이 “신선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바람이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한나라당 이윤성 의원 트위터)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문 이사장과 안 원장 중 누가 야권 대선 후보가 되는 게 유리할지를 헤아려보는 기류도 있다. 두 사람이 모두 부산 출신이라는 데 거는 기대도 크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영남 출신 야권 후보가 나올 경우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영남 후보 필승론’에 기인한 것이다. 두 사람의 1차전은 일단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도 있다. 안 원장이 박 변호사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래저래 손학규 대표 등 당내 대선주자들에겐 잠 못 드는 밤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