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만에 ‘통큰 양보’… 安 지지표 朴으로 얼마나 옮아갈까
안철수 원장에게 쏠린 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회견장에는 취재진 200여 명이 몰렸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안 원장은 이 자리에서 “박 변호사는 시민사회 운동의 새로운 꽃을 피운 분으로,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대신 제 삶을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신 기대를 잊지 않고 사회를 먼저 생각하고 살아가는, 정직하고 성실한 삶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안 원장은 박 변호사와 포옹하며 지지를 보냈다. 옆에 서 있던 ‘시골의사’ 박경철 씨가 울먹이자 박 씨와도 끌어안았다. 박 씨는 ‘왜 우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 원장이) 예쁘잖아요”라고 말했다.
이날 안 원장과 박 변호사의 만남은 20여분 만에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매체인 ‘오마이뉴스’는 이날 회동에 박경철 씨와 윤석인 희망제작소 부소장이 배석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먼저 박 변호사가 서울시장에 왜 출마하려고 하는지 10여 분간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안 원장은 곧바로 “아무런 조건 없이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변호사님을 잘 아니 더 이상 설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변호사님의 의지가 얼마나 굳건한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입니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후보 단일화 논의가 훨씬 속전속결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남은 포인트는 안 원장의 불출마 선언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박 변호사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지렛대로 작용할 것이냐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변호사의 성향이 진보 쪽에 치우쳐 안 원장에게 쏠렸던 중도층이 박 변호사에게로 대거 옮겨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 핵심당직자는 “정치권의 변화를 촉구하는 안 원장의 메시지를 실현하기에 진보적 성향이 강한 박 변호사는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도 안 원장에 대해 호감이 컸지만 박 변호사는 다르다는 얘기다.
안 원장이 서울대 교수라는 공무원 신분으로 직접 선거운동에 나설 수 없는 점도 안 원장의 지지율이 박 변호사에게로 옮겨가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 내 예비후보들이 야권 단일후보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지지율이 높지 않은 박 변호사를 집중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