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설이 나돌았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제 불출마 발표와 함께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지지를 선언했다. 안 원장과 박 변호사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선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범야권 통합후보를 표방한 박 변호사는 당장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내부에서 경쟁을 치러야 할 것이다.
안 원장은 지난주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를 검토한 사실이 전해진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 40∼50%의 지지율로 1위를 달렸다. 반면 박 변호사는 여론조사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래서 안 원장이 인지도가 낮은 박 변호사의 흥행을 위해 ‘바람잡이’ 역할을 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참여연대의 산파역을 맡은 박 변호사는 시민운동 원로로서 진보좌파에 가까운 이념적 성향을 보였기 때문에 중도적 노선을 표방한 안 원장에게 쏠린 유권자들의 지지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안철수 현상’은 지리멸렬한 기성 정치권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면서 생긴 돌풍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으로 무장한 소셜네트워크 세대가 이런 돌풍을 만들어내는 동력이 되고 있다. 다만 수도 서울의 시장 후보가 정치권 밖에서 인기투표 방식으로 결정되는 데 따른 불안감도 크다. 안 원장은 “정치는 행정과 다르다”고 말했지만 1000만 시민을 대변할 서울시장은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고 수많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자리다. ‘시민운동가 박원순’이 난마처럼 얽힌 서울시 행정의 수장으로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해선 치열한 검증이 필요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안철수 현상에 깔린 정치적 함의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주요 공직후보가 장외(場外)에서 떠오르는 현상이 이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 현상은 양대 정당이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구태를 벗어던지고 신인 발굴의 문호를 활짝 열어 놔야만 수권정당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