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가 세계경제 불안 속에 안전자산 수요가 크게 늘어 자국 통화인 스위스 프랑 가치가 급등하자 유로화에 환율을 고정(페그)시키는 '핵폭탄' 처방을 해 환율을 일단 진정시켰으나 그 효과가 이어질 것이냐는 점에 대한 시장의 관측은 극히 부정적이다.
또 스위스의 전격적인 조치가 유로 위기로 인해 자국 통화가 스위스처럼 강세를 보여온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및 싱가포르는 물론 어쩌면 영국까지도 독자적인 환율 방어에 나섬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에 '돈의 전쟁'이란 또 다른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 내셔널 뱅크(SNB)는 6일(이하 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스위스 프랑 환율을 유로에 고정시킨다고 밝혔다.
스위스는 지난해 6월말 현재 보유 외환이 2600억달러 이상으로 유럽중앙은행(ECB)과 인도 및 브라질 등을 제치고 세계 7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SNB 성명이 나온 후 유로에 대한 스위스 프랑 가치는 한 때 전날보다 근 10% 떨어져 1.22에 거래됐다. 환율은 전날 한 때 1.10200까지 떨어졌다가 1.11000에 마감됐다.
최근의 스위스 프랑·유로 환율 고점은 1.2070이었음을 로이터는 상기시켰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스위스의 극약처방 약발이 지탱되기 힘들 것으로 일제히내다봤다.
줄리어스 베어 은행 애널리스트도 "SNB가 하루 800억~1000억스위스프랑(665억~831억유로 상당)을 써야할 것"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일주일을 개입하면 스위스 국내총생산(GDP)보다 더 많은 규모가 된다"고 지적했다.
골드만 삭스도 "SNB의 확고한 개입 방침을 시장이 확신하느냐 여부가 핵심"이라고 공감했다.
뱅크 오브 몬트리올의 앤드루 부시 통화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SNB가 환율 안정을 위해 아마도 첫 2개월간 2천억유로(근 2천800억달러)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이 다른 선진권의 통화에 환율을 고정시킨다는 점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이례적이라는 얘기다.
로이터도 이와 관련해 스위스가 '제로' 인플레 상황에서 필요한만큼 스위스 프랑을 찍어서 풀 수 있는 여력이 있음을 상기시켰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는 AFP에 "SNB가 방어하겠다고 밝힌 환율이 아직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 삭스 보고서도 "SNB가 방어하려는 스위스 프랑화 가치가 여전히 시장 판단과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7일 '스위스가 위험한 선택을 했다'는 제목의 분석에서 이번조치의 효과가 이어질지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매우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ECB와는 무관한 단독 개입이며 스위스 경제를 위협해온 디플레 우려도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데다가 과거에도 환율에 버겁게 개입했다가 '실탄'만 소진하고 실패했던 적이 있음을 신문은 지적했다.
SNB는 지난해 7월에도 환시장에 개입했으나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자 백기를 든 적이 있음을 파이낸셜 타임스는 상기시켰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7일 별도 기사에서 일본에 이은 스위스의 전격적인 환개입으로 인해 전세계가 또다시 환율 전쟁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이미 중국과 브라질이 미국이 '3차 양적 완화'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이로 인한 '핫머니' 충격에 대비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스위스처럼 통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싱가포르 및 어쩌면 영국까지도 환율 방어에 나설지 모른다고 관측했다.
신문은 미국과 유럽의 재정 위기로 인해 어느 때보다도 정책 공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처럼 환율 마찰이 심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은 스위스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또다시 강세를 보였다.
금은 6일 SNB 조치가 발표된 후 뉴욕시장 선물 가격이 이날 온스당 기록적인 1920달러대까지 치솟았다가 반락해 1874달러에 오후장 거래가 이뤄졌다.
인터그레이티드 브로커리지 서비스의 귀금속 거래 책임자 프랭크 맥히는 "금값이 2천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본다"면서 미국의 추락으로 달러가 흔들리고스위스 프랑까지 견제되는 상황에서 금이 '마지막 안전 자산'이란 인식이 투자자 사이에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 데니스 가트먼은 "안전한 투자는 안정성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금값도 그간 요동을 쳐온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마냥 돈이 몰릴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금값이 지난 1월 이후에만 34% 상승한 점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거품' 경고도 만만치 않음을 상기시켰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