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욱 논설위원]
안철수 현상이 쓰나미처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어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박원순 변호사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앞으로 민주당까지 아우르는 범야권 통합후보가 되는 1차 관문을 남겨두고 있지만 여야는 안철수 현상이 몰고 온 파장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느라 부산한 표정입니다.
당장 서울시장 보선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후보선정 기준조차 만들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출마설이 나오자마자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인 안 원장의 파괴력에 질려버린 듯 합니다. 답답한 진영 논리에 갇혀 정치의 역동성을 보여주지 못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민심의 엄중한 경고로 분석됩니다.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선도 관심이지만 벌써부터 안 원장의 다음 선택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안 원장은 이제 교수직에 복귀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며칠 동안의 행보로 이미 정국의 한 복판에 들어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정치적 함의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에 지지율이 바닥권인 박 변호사에게 통 큰 양보를 한 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하지만 내년까지 많은 상황 변화 속에서 안 원장의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습니다.
안철수 현상은 3년 넘게 철옹성처럼 견고해보이던 박근혜 대세론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가상대결이지만 안 원장이 박 전 대표를 앞지르는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친박 인사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안철수 현상은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정치적 역동성을 보여주지 못한 친박 진영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탄입니다. 안철수 쓰나미에 휩쓸린 정치권의 지형이 어떻게 변할지 당분간은 쉽게 가늠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