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풍선효과 현실로… 8월 증가 9000억 더 많아
금융당국이 지난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을 옥죄면서 2금융권의 대출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원회가 7일 내놓은 ‘가계대출 동향 및 대응방안’ 자료에 따르면 8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2조5000억 원 늘어난 반면 보험사, 상호금융회사 등이 포함된 2금융권 가계대출은 3조4000억 원 증가했다. 2금융권의 월별 가계대출 증가액이 은행의 증가액을 추월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5월만 해도 8000억 원 정도에 그치는 등 안정세를 보이다가 6월과 7월에 각각 2조 원대에 이른 뒤 지난달 3조 원 선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달 시중은행 월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가계대출잔액의 0.6%로 통제하라는 금융위의 지침이 내려진 직후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소비자들이 2금융권에 몰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금융권 가계대출을 유형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은 9000억 원 정도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신용대출은 2조5000억 원 증가했다. 아파트처럼 확실한 담보가 있는 사람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상대적으로 쉬웠지만 담보가 없는 서민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하는 2금융권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금융권 대출자들은 휴가비용, 자녀 학원비, 생활비를 충당하려는 목적으로 대출을 많이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정은보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최근 대출이 급증한 단위농협이나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필요하면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추가 대책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