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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아파트… 획일적 평면구성 대신 소비자가 직접 설계한 ‘맞춤 공간’으로 진화

입력 | 2011-09-10 03:00:00


대우건설의 ‘마이 프리미엄’ 주택 중 방과 거실을 확장한 평면. 작은방 세 칸으로 이뤄진 기본구조와 달리 방을 한 칸으로 줄이는 대신 방과 거실을 넓혔다. 대우건설 제공(위), GS건설이 개발한 ‘부분임대용 평면’. 세 가구가 함께 살 수 있도록 현관, 욕실이 각각 따 로 배치돼 있다. GS건설 제공(아래)

거실과 주방, 침실의 크기와 개수가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면서 부부의 드레스룸으로 쓰던 공간이 아기방으로, 자녀 공부방이 노부부를 위한 실내 텃밭으로 바뀐다. 먼 미래의 얘기 같지만 이미 실현 가능한 아파트의 모습이다.

대우건설이 내년부터 분양할 아파트에 적용하기로 하고 최근 공개한 맞춤형 아파트 ‘마이 프리미엄’이다. 이 아파트는 평면을 △무자녀 부부 가정 △유아기 자녀가 있는 가정 △학령기 자녀 가정 △조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3세대 가정 △노년 부부 가정 등 5개 유형으로 나누고, 이 가운데 소비자가 하나를 선택하면 같은 동(棟)에 있는 같은 크기의 아파트라도 다르게 지어준다. 또 아파트에 입주해 살다가 평면을 바꿀 수도 있다. 예컨대 ‘조부모-부모-자녀’로 이뤄진 3세대가 함께 살다 자녀가 분가하는 등 가구원이 줄어 공간이 남으면 주택의 일부를 텃밭 등으로 개조할 수 있는 것. 대우건설 주택기술팀 안상태 부장은 “대다수 아파트가 기둥과 내벽이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내력벽’ 구조인데 마이 프리미엄은 건물의 하중을 기둥에 집중시킨 ‘무량판’ 구조여서 내부 벽을 옮기거나 없애 공간을 재배치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성냥갑’으로 불리며 공장에서 찍어낸 듯 평면구조가 획일적이라고 인식돼 온 아파트가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과 필요를 반영한 ‘맞춤형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가 길어져 주택시장의 주도권이 소비자에게 넘어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우선 평면구조가 서로 다른 아파트가 나오고 있다. SK건설은 최근 아파트 내부공간의 일부를 입주자가 자유롭게 디자인해 사용할 수 있는 ‘플러스알파’ 평면을 선보였다. 이에 따라 전용면적 85m² 아파트라도 입주자가 원하면 방을 5개까지 만들 수도 있고 작업실, 서재, 놀이방, 텃밭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입주자의 특성에 맞춰 내부공간 활용을 다르게 하는 평면도 선보였다. 1, 2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 아파트 일부를 사무실로 쓰거나 일부 공간을 아예 임대 전용으로 만드는 식이다. 부분 임대용 평면이라 불리는데, GS건설이 연내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분양을 추진 중인 아파트는 현관이 3개나 돼 ‘한 지붕 세 가족’의 생활이 가능하다.

인테리어나 마감재의 선택 범위도 확대되는 추세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분양한 ‘영통 래미안’에서 입주자들이 실내 벽지뿐만 아니라 주방 가구, 욕조, 붙박이장까지 직접 고르도록 했다. 대우건설의 마이 프리미엄도 싱크대 높이, 바닥재, 주방과 욕조의 형태까지 입주자가 선택할 수 있다. 안 부장은 “평면 5개에 다양한 인테리어를 조합하면 입주자가 고를 수 있는 아파트 모델은 2000개 정도”라고 말했다.

건국대 주거환경공학과 강순주 교수는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으면서 주거의 질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아파트의 획일성에 대한 반감은 커졌다”면서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기 위한 건설사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