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동아일보DB
보도에 따르면 강호동이 출연하는 프로그램 4개 중 SBS '강심장'을 제외하면 모두 방송기간이 4년이 넘은 장수 프로그램들. 평균 시청률 25%의 '1박2일'을 비롯해 이들 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을 모두 합하면 60%를 훌쩍 넘기고 '스타킹'을 제외하면 모두 동시간대 1위를 달린다.
이들 프로그램이 여기까지 온 데는 강호동의 카리스마 넘치는 진행 방식 덕도 컸던 만큼 그의 공백에 따른 대책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
●카리스마로 프로그램 인기 견인= 강호동은 프로그램의 성격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존재감을 발휘하는 MC다.
그는 자신의 강한 이미지를 상황에 맞춰 십분 발휘하고 역이용하기도 하면서 프로그램의 재미와 긴장감을 조절한다. 이런 진행 방식은 자신보다는 게스트의 캐릭터를 부각하며 재미에 일조하는 유재석과 종종 대비되기도 한다.
집단 토크쇼 '강심장'은 강호동과 게스트의 상호작용이 적지 않은 재미를 안겨준다.
강호동은 메인 MC답게 이야기의 맥을 짚어주는 동시에 '스캔들 캐기 전문 MC'다운 감각을 발휘하며 게스트의 사생활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그가 게스트나 공동 MC 이승기의 역공에 당황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연출된다.
이승기는 작년 연말 특집에서 강호동의 '못된 진행' 3종 세트를 선보이며 강호동을 크게 당황하게 했고 최근 출연한 최민수는 '호동이 참 많이 컸다'란 말로 강호동을 제압했다.
강호동은 게스트의 허를 찌르는 멘트에 쩔쩔매는 모습을 감추지 않으며 자신의 강한 이미지가 전복되는 재미를 극대화한다. 이 같은 상황은 MBC '무릎팍 도사'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KBS 2TV '1박2일'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의 모습과 허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큰 형'답게 제작진과 거래를 앞장서 지휘하다가도 동생들이 만들어놓은 함정에 어이없이 걸려들기도 한다. 지난 7월 방송된 멤버간 인기투표에서는 이승기와 함께 0표의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묘한 쾌감을 선사하며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재미를 강조한다.
때로 과도해 보이는 그의 리액션은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방식인 동시에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프로그램의 집중력을 다잡는 역할을 한다.
SBS '스타킹'은 다양한 인물들이 출연하는 장기자랑이라는 특성상 자칫 단조롭게 진행될 수도 있지만 강호동은 때로 발끈하고 눈물을 보이기도 하면서 웃음과 눈물의 포인트를 명확히 짚어준다.
●카리스마가 오히려 '독'= 평소 존재감이 크다보니 그의 빈 자리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특히 '무릎팍 도사'는 강호동의 하차로 폐지 위기까지 거론된다. 프로그램 자체가 강호동의 캐릭터에 뿌리를 둔 까닭에 MC를 교체할 경우 '무릎팍 도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질 가능성이 있다.
제작진은 쉽게 MC 교체 카드를 빼들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박정규 PD는 "대책을 논의 중이지만 강호동의 역할과 비중이 워낙 커 쉽게 결론을 내릴 상황이 아니다"며 "MC 교체 여부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고 코너 폐지도 성급하게 결정지을 수 없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스타킹'과 '강심장'도 대책을 고심 중이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강호동의 잠정 은퇴 발표가 워낙 전격적이다 보니 고민할 시간도 부족하다. 강호동이 은퇴 발표 전 제작진에 언질을 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존재감을 감안하면 쉽게 대책을 내놓기 힘든 상황이다.
'1박2일'은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강호동이 지난달 하차 의사를 밝히면서 이미 6개월 시한부 체제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나영석 PD는 "멤버 충원 없이 5인(이수근·엄태웅·은지원·김종민·이수근) 체제로 갈 것"이라며 "강호동 씨와 상의해 2주 후에 있을 다음 녹화 때 고별 특집을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들 프로그램은 이달말까지 방송분을 확보한 상태라 당장의 방송 차질은 없을 전망이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