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전원 현지인 교체… LG 해외공장 중 ‘품질 NO 1’ 탈바꿈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있는 LG클러스터의 TV 생산라인에서 현지 직원들이 갓 조립한 42인치 발광다이오드(LED) TV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LG전자는 이곳 클러스터를 전초기지로 삼아 2012년 3차원(3D) TV 세계 1위, 2015년 유럽 가전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LG전자 제공
이달 5일(현지 시간) 찾은 이곳 TV 생산라인에서는 폴란드 현지 직원들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컨베이어로 전달되는 42인치 발광다이오드(LED) TV에 안테나선을 연결해 제대로 방송이 나오는지 한창 점검 중이었다.
○ 유럽의 한복판 물류 허브
유럽의 한복판에 위치한 브로츠와프는 베를린 프라하 빈 등에 자동차로 4∼5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물류 허브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LG전자는 폴란드 클러스터에서 제품을 생산한 뒤 아시아에서 35일 이상 걸리던 운송시간이 서유럽까지는 3일, 유럽의 다른 지역은 5일 이내로 줄었다. 판매법인의 창고비, 작업비, 운반비 등 연간 약 700만 유로(약 104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
세탁기도 최근 라인 신설을 마치고 2일 가동을 시작했다. 현재는 매일 30대 정도를 시험생산하고 있지만 곧 하루 1000대, 한 달 3만 대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 동반성장과 현지화로 성공신화 쓴다
LG전자가 생산하는 TV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인 액정표시장치(LCD) 모듈, 파워보드, 인버터, 편광판 세트 등이 모두 이곳 클러스터의 계열사 및 협력회사에서 생산된다. 클러스터 조성 기획 때부터 LG 협력회사가 동반 진출을 추진한 결과이다.
하지만 클러스터가 처음부터 잘된 것은 아니다. 이곳 생산직은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사무직은 오후 4시까지만 일한다. 사회주의 문화가 강하고 노조의 힘도 막강하다. 하지만 한국인 관리자들은 한국식으로 밀어붙이다 고함을 지르고 직원들과 불화도 증폭됐다. 현지 TV와 신문에서는 부정적인 기사가 이어졌다.
2008년 취임한 성준면 법인장(상무)은 인도법인에서 10여 년간 근무한 현지화 노하우를 바탕으로 먼저 팀장들을 현지인으로 모두 교체했다.
“그 나라와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절대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현지인에게 업무 계획 및 관리 등의 책임과 권한을 주고 주재원에게는 코칭 역할만 맡겼습니다. 매주 현지인들과 피자 미팅과 인사 미팅을 갖고 경영 현황을 공유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어리둥절해했지만 6개월 정도 지나자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생산가동률, 불량률 등 지표에서 LG해외공장 중 품질 1등을 지속하고 있다. 폴란드법인 세일즈 그룹 마렉 시불스키 씨(31)는 “처음에는 내가 팀장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두려웠지만 주재원과 폴란드 관리자의 코칭을 받아 짧은 시간에 지식과 관리능력을 배울 수 있었다”며 “내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매년 증가하는 물량을 관리하는 것이 무척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