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러브콜을 받은 한 전 총리가 어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안철수 돌풍’을 업은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하는 모양새다. 한 전 총리가 5만 달러의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작년 4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9억여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재판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한 전 총리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대법원 판결로 취임 7개월 만에 도지사직을 그만둬야 했던 전례를 고려했을 것이다.
▷지난해 6·2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막판까지 접전을 벌인 한 전 총리는 민주당 내 경쟁력이 가장 높은 후보였다. 그가 경선에 불참하면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마이너 리그’로 전락할 판이다. 일찌감치 서울시장 경선 출마 선언을 한 천정배 의원 등은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 전 총리가 빠지면 야권통합 후보 경선의 흥행이 안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시장후보도 제대로 못 내는 민주당이 정권 탈환을 꿈꾸는 제1야당이냐”는 비판도 감수해야 할 판이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