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재재협상 실현 가능성 없어
이제 한미 FTA 상호 비준 게임의 공이 우리 코트로 넘어온 셈이다. 올 2월 한미 FTA 재협상으로 이익의 균형이 미국 쪽으로 다소 기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 측의 양보가 있었기에 경기침체기에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한 미 의회가 한미 FTA 이행법률안 상정을 허용하게 된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 자동차업계도 이런 점을 인정해 거시적 안목에서 재협상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문제를 풀어나갈 책임은 여당과 정부 측에 있다. 야당이 요구하는 사항 중에서 통상절차법 제정과 무역조정지원에 관한 국내법을 개정하는 것은 여야가 타협하면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2006년 무역조정지원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으나 지원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매출 25% 감소, 고용 30% 감소)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현상유지형 지원 위주여서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런 점을 이번 기회에 개선하여 FTA 피해계층의 장기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 지원제도로 발전시켜야 한다. 통상 협상에 대한 행정부와 의회 간의 권한 배분을 법제화하는 통상절차법 제정 문제도 실현 가능하다. 한미 FTA 협상 개시 선결조건 논쟁, 한미 쇠고기 협상, FTA 재협상 등 통상 현안에 대한 투명성 부족과 정부의 권위주의적 협상 태도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다수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통상절차법 제정 입법안을 누차 제출한 바 있어 대체적인 입법의 윤곽도 잡혀 있다. 아이러니하게 미국에서도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 국무부의 일부 조직을 하나로 묶어 단일 통상경제부처로 통합하는 통상조직 개편안이 검토되고 있다.
통상절차법 제정 등 여야 타협을
야당은 무역조정지원법 개정과 통상절차법 제정을 전리품으로 내세울 수 있기에 우리 국회도 여야 타협하에 비준 모드로 돌입할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될 것이다. 이러한 타협을 전제로 미 측이 FTA 이행법률안을 의회에 상정하게 되면 우리도 비준안을 즉시 상정하여 타협 법안과 더불어 일괄 타결해야 한다.
최원목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