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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FTA 삼국지’

입력 | 2011-09-15 03:00:00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공격적으로 FTA를 추진하는 한국을 견제하겠다며 유럽연합(EU)과의 FTA 추진에 나서고 있고, 중국은 수출이 늘면서 잦아지는 무역마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FTA 대상국을 적극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4일 ‘주요국 FTA 추진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2006년 이후 118건의 FTA가 발효됐다고 밝혔다. 이는 여태까지 발효된 총 301건의 39.2%에 이르는 것으로 최근 5년 사이 세계 각국의 FTA 추진에 속도가 붙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 견제용’으로 FTA에 적극적이다. 한국과 EU 간의 FTA가 이미 7월부터 효력을 내기 시작했고, 한미 FTA도 진작 타결돼 비준만 남겨놓은 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EU와 FTA 협상을 위한 예비교섭 시작에 합의했고, 미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의 확대 협상에 참가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가까운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중심으로 추진했던 무역협정에서 나아가 앞으로는 미국, EU 등 거대 경제권과 FTA 체결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정책을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한국도 견제하고, 농업개방 및 구조개혁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일본 정부는 이를 ‘제2의 개국’이라 표현했다.

현재 일본은 싱가포르와 멕시코, 말레이시아, 스위스 등 14개국과 12건의 FTA를 발효했다. 올해 5월에는 페루와의 FTA 체결에 서명했고 지금은 호주, 걸프협력회의(GCC) 등과 FTA를 추진 중이며 한국과의 협정도 검토 중인 상황이다.

중국은 ‘새로운 통상전략’의 한 방편으로 FTA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무역마찰이 늘어나자 차라리 FTA를 맺어 한결 수월하게 무역을 하겠다는 의도다.

활동 영역도 넓어지면서 한국과 일본을 긴장시키고 있다. 초기에는 홍콩과 마카오, 아세안 등 중화권이나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협정을 추진했지만 지금은 유럽과 중남미 국가들로 행보를 넓히고 있다. 페루, 코스타리카 등 경제 규모는 작지만 자원이 풍부한 국가와도 적극적으로 FTA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중-대만 경제협력기본협정을 맺어 올해 1월 800여 개 품목에 대해 관세 조기철폐 프로그램을 발효했고 앞으로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양안(兩岸) 협력관계를 단단히 한다는 정치적 이득은 물론이고 산업고도화 등 경제적 효과도 도모하겠다는 목표다. 중국은 현재 17개국과 9건의 FTA를 발효했으며 노르웨이, 호주 등과 협상 중이다.

한국무역협회는 한국 역시 FTA 추진에 속도를 내 경쟁국보다 유리한 무역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은 EU, 칠레, 인도 등 44개국과 7건의 FTA를 발효했고 미국과의 FTA는 비준을 앞두고 있다. 북미 선진시장인 캐나다, 북중미 시장의 교두보인 멕시코 등과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무협은 △비준이 지연되고 있는 한미 FTA의 조기 발효 △중국, 일본이 경쟁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는 호주 등의 시장 선점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과의 양자 FTA 협상 개시 등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