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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화장이란, 고귀한 것들의 하모니”

입력 | 2011-09-16 03:00:00

샤넬 메이크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터 필립스 씨




공방의 빛바랜 광택과 색감을 메이크업 제품에 담은 샤넬의 메이크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터 필립스. 샤넬 제공

“사랑 때문에 슬프고 아프다면 화장을 해라. 립스틱을 바르고 앞으로 나아가라.”(가브리엘 샤넬 여사)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개쯤은 갖고 있을 법한 샤넬 립스틱. 샤넬 립스틱의 미덕 중 하나가 가장 손쉽게, 가장 적은 돈으로 ‘샤넬을 소유한다’는 점이다. 올 가을겨울 시즌 선보인 샤넬의 메이크업 컬렉션은 샤넬의 유서 깊은 공방에서 얻은 색을 입고 있다. 화장을 통해 그 시간의 흔적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방의 빛바랜 광택과 색감을 메이크업 제품에 그대로 옮겨온 사람은 샤넬의 메이크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피터 필립스다. 세계적인 디자인학교로 이름 높은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공부하던 그는 파리 컬렉션에 진출한 선배들을 돕다가 백스테이지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 후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하다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지 3년째다. 샤넬의 대표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는 그를 가리켜 ‘결점 없는 피부 표현의 천재’라고 극찬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피터 필립스에게 이번 컬렉션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컬렉션에 대해 소개한다면….

이번 컬렉션을 만들기 전에 샤넬 공방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어요. 모두 7곳이 있는데 이곳은 샤넬 여사를 비롯해 이브생로랑, 발렌시아가, 지방시, 디오르 등과 함께 작업하던 곳이에요. 공방 자체도 멋진 색감을 자아내는 팔레트였어요. 세월의 흔적이 묻어 반질반질한 책상, 손때 묻은 보석함, 빛바랜 천조각 등은 어떤 박물관에 가도 만날 수 없는 것들이에요. 그래서 메이크업 컬렉션 이름도 ‘고귀한 것들의 하모니’라고 지었죠.

메이크업을 할 때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나요.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해요. 만약 눈가를 반짝이게 촉촉하게 표현했다면 파우더리한 느낌으로 입술 화장을 하죠. 하지만 베이스 메이크업은 달라요. 피부는 완벽해야 해요. 피부가 좋으면 어떤 메이크업을 해도 잘 어울리죠.

당신이 내놓는 메이크업 컬렉션에는 항상 네일 에나멜이 포함돼요. 이번에는 어떤 네일 에나멜로 여성들을 유혹할 건가요.

네일 에나멜은 메이크업의 완성이에요. 얼굴 화장만 하는 것보다 손톱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네일 에나멜을 바른 여자가 더 세련돼 보이죠. 그만큼 자신을 아끼고 꾸밀 줄 아는 사람이거든요. 이번에는 바르면 매트해지는 ‘보테 데 옹그르 톱 코트 벨벳’과 메탈릭한 느낌의 ‘르 베르니’를 만들었어요. 샤넬의 비즈 장식에서 영감을 받았죠.

가브리엘 샤넬이 지금 당신 앞에 있다면 과연 어떤 메이크업을 제안할 것인가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글쎄요. 내 상사니까 ‘그냥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드릴게요’라고 말할 것 같아요.(웃음)

파리=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