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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이광일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 부장

입력 | 2011-09-16 03:00:00

“부자는 건물의 문화적 가치에 투자해 돈 벌어”




이광일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 부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팀원들과 함께 부동산 투자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이 부장은 “최근 부자들은 문화적 가치를 중시하는 부동산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 제공

“일반인이 학군, 교통을 따져가며 부동산 투자를 단행할 때 부자들은 건물의 문화적 가치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습니다.”

은행권 부동산 프라이빗뱅킹(PB)업계의 베테랑으로 꼽히는 이광일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 부장이 주장하는 ‘부자가 더 큰 부자가 되고, 일반인이 부자가 되기 어려운 이유’다. 신한은행이 2002년 은행권 최초로 개설한 부동산전략팀을 2008년 8월부터 이끌고 있는 이 부장은 15일 “부자는 과거의 투자경험을 바탕으로 명확한 투자원칙을 가지고 있는 반면 일반인들은 부동산에 투자할 때 너무 많은 조건들을 한꺼번에 고려해 좋은 상품을 놓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즉 부자는 상가, 업무시설, 토지, 해외 부동산 등 여러 부동산 상품 중 본인이 선호하는 특정 상품 한 가지의 동향만 주시한 뒤 적당한 물건이 나오면 가격이 다소 비싸거나 입지 조건이 나빠도 개의치 않고 구매한다는 것. 하지만 일반인의 관심 상품은 주택과 아파트에만 한정돼 있는 데다 구매를 고려할 때도 입지여건, 신축건물 여부, 가격 등 여러 조건이 모두 맞아야만 결정을 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에는 대부분 부동산 석·박사 학위를 보유한 팀원 16명이 고객들을 상대로 부동산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천 명의 고객을 상대한 이 부장 역시 부동산 석사학위와 국제공인부동산 자산관리사(CPM) 자격증을 갖고 있다.

이 부장은 아파트를 구입할 때도 일반인은 아직까지 학군, 교통 등을 많이 고려하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부자 고객들은 해당 건물의 문화적 가치나 스토리텔링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광화문 세안빌딩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빌딩이라는 이름값 덕에 주변 빌딩보다 임대 분양이 빨리 끝났고 임대료도 비싼 편”이라며 “건물 안에 미술관과 같은 문화시설이 있는 빌딩도 부자들이 특히 좋아하는 투자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건물을 매입하려는 여성 고객이 늘어나는 점을 노리고 투자대상 부동산을 선별하는 자산가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러 건물 안에 보석 가게, 화장품 가게 등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가게가 밀집돼 있는 건물을 골라 달라고 부탁하는 고객들이 제법 있다”며 “이런 건물에 투자한 한 고객은 불과 2년 만에 20%가 넘는 투자수익률을 올린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 부장은 설사 주식이나 사업으로 부를 일군 부자라고 해도 나이가 들수록 다양한 투자 상품 중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그는 “몇 년 전 서울 강남에 빌딩 4개를 보유한 70대 후반의 1000억 원대 자산가를 만났다”며 “당연히 보유하고 있는 건물 매각을 의뢰하는 줄 알고 갔더니 ‘좋은 물건을 더 사고 싶다. 빨리 소개해 달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귀띔했다. 이 자산가는 이 부장에게 “내가 주식으로 돈을 모았지만 나이 팔십이 넘어서도 주가 단말기만 들여다볼 수는 없지 않으냐”며 “안전한 상속과 부의 수성을 위해서도 부동산만 한 투자 상품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는 것.

이 부장은 “최근 한 부자 관련 보고서에서도 자산 규모가 클수록 선호하는 투자 대상이 부동산이라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며 “투자 트렌드가 아파트와 토지에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옮아가고 있을 뿐 경기변동에 민감한 금융상품 대신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는 부자들의 경향은 상당 기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