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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제주 ‘곶자왈’ 남방-북방계 식물 공존하는 까닭은?

입력 | 2011-09-16 03:00:00

지하에서 부는 찬바람에 바닥 연중 겨울온도 유지, 북방계 식물도 서식 가능




제주지역 생태계 보고(寶庫)로 불리는 ‘곶자왈’의 용암 함몰구가 남방계 식물과 북방계 식물이 공존하는 특이한 생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는 기후변화에 따른 제주지역 육상생태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곶자왈 용암 함몰구의 바닥 온도가 연중 일정하게 겨울철 온도를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5일 밝혔다.

곶자왈 용암 함몰구 바닥 온도는 여름철에도 평균 8.4도로 제주지역 겨울철 온도와 비슷했다. 용암 함몰구에 자라는 식물은 106종으로 아열대성 식물인 생달나무, 가는쇠고사리 등과 북방계 한대성 및 고산성 식물인 한들고사리와 좀나도히초미 등이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한들고사리는 제주도 미기록 식물이다. 한들고사리는 지금까지 백두대간 고산준령이나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다양한 식물이 공존하는 것은 용암 함몰구 지표면 온도가 여름철(6∼8월) 23.1도인 데 비해 바닥은 8.4도로 낮아 북방계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함몰구 바닥 부분의 기온이 낮은 것은 지하에서 연중 차가운 바람이 나오기 때문이다.

곶자왈은 용암이 흐른 암반지대에 자연림이 형성된 곳을 이르는 제주어. 용암이 흐를 당시 용암가스가 차 있던 곳이 내려앉으면서 함몰구가 만들어졌다. 함몰구 깊이는 20∼30m 정도로 세계자연유산인 제주시 조천읍 거문오름을 비롯해 17곳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찬수 난대산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용암 함몰구의 현황과 식물분포 특성이 밝혀진 것은 곶자왈의 종 다양성에 대한 비밀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라며 “곶자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관찰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