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는 부총리와 총리 재직 때의 회의록 강연 서신 등을 모아 4권짜리 ‘주룽지 장화스루(講話實錄)’를 이달 초 출판했다.
책에는 그가 취임할 때 지방 관리들에게 당부한 행동규범들이 수록돼 있다. 즉 △시찰 때 수행단을 적게 꾸리고 만찬이나 환영환송회 등을 하지 말 것 △회의를 줄이고 회의시간을 짧게 할 것 △하급 행정단위가 여는 회의에 헛된 말을 하기 위해 참석하지 말 것 등이다. 또 현장시찰 때 진실을 알려면 현지 정부가 마련한 일정에서 갑자기 벗어나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주 전 총리는 부패세력과 싸우면서 “100개의 관을 준비하라. 그중 하나는 내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출 내용은 △술 담배 비용 14만여 위안(약 2438만 원) △선물구입비 11만여 위안(약 1921만 원) 등이다. 그 지방의 가장 좋은 호텔 2개 층을 몽땅 빌렸고 여객선도 통째로 임차했다. 공연을 보면서 만찬을 벌이는가 하면 한 간부는 6400위안(약 111만 원)짜리 휴대전화기를 장만했다. 순시팀원 1인당 하루 소비금액이 약 3000위안(약 52만 원)으로 이 지방 농민의 1년 수입과 엇비슷하다. 중국 인터넷은 비판 여론으로 들끓는다. ‘하늘은 높고 황제는 멀리 있다(天高皇帝遠)’는 개탄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 전 총리의 책은 출간 2주째인 15일 현재 중국 최대 오프라인 서점인 신화(新華)서점 인기도서 3위에 오르는 등 반응이 폭발적이다. 중국인들이 공직자의 청렴을 갈망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