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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서울시 “우면산 산사태, 人災 아니다”

입력 | 2011-09-16 03:00:00

조사단 "기습호우-배수로 막힌탓”… 피해 주민들 “책임 회피” 반발




7월 발생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는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배수로 막힘 때문에 발생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16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우면산 산사태 원인조사단(단장 정형식 전 한양대 교수)은 15일 “당시 집중호우로 쓸려 내려오던 나무가 중턱에서 잠시 물길을 막았다가 둑이 터지듯 한꺼번에 터져 산사태로 발전한 것이 피해를 키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 주민들이 수방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책임을 물어 지자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나와 책임 회피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피해주민들은 조사결과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형식 조사단장은 이날 “지난달 21일 결과가 나왔는데 서울시의 요청으로 발표를 미뤘다”고 해 서울시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발표 시점을 조정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조사단은 산사태가 발생한 핵심 원인으로 기록적인 집중호우를 꼽았다. 서초동 일대에는 7월 26일 오후 4시 20분부터 산사태가 발생한 다음 날 오전 7시 40분까지 230mm가 쏟아져 지반이 크게 약해진 상태였다. 산사태 발생 직전에는 시간당 85.5mm에 이르는 집중호우가 더해져 산 정상 부근의 토사가 무너지며 주변 수목과 쓸려 내려왔다는 게 조사단의 분석이다.

피해 아파트 단지 300∼400m 앞에서 수목과 토사가 걸려 잠시 산사태가 중단됐으나 계속 밀려오는 빗물과 토사가 더해져 거대한 산사태로 발전해 순식간에 아파트를 덮쳤다는 것.

형촌마을은 생태 저수지에 이미 퇴적층이 높게 쌓여 있는 상태에서 토사와 유실된 나무가 밀려 내려와 제방이 붕괴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위원회는 복구할 때 저수지에 반드시 수방(水防)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논란이 됐던 우면산 정상 부근 군부대의 영향에 대해 정 위원장은 “군 부대에서 빗물이나 토사 유출 등 미미한 영향이 있었지만 산사태와는 직접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5월까지 우면산 일대에 침식 방지용 수로, 토사유실 방지시설을 새로 만들고 배수로 용량을 키우기로 했다. 이와 함께 크고 작은 산사태가 발생한 시내 81개소에서도 복구공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또 계곡에 인접한 수목이 산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에 따라 일부 구간에서는 나무를 베어내고 뿌리가 깊게 뻗는 활엽수로 교체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