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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銀 로비 수사’ 김두우 사의]충격 휩싸인 정치권

입력 | 2011-09-16 03:00:00

부산지역 여권 중진 이름도 솔솔… ‘박태규 게이트’ 터지나




주목받는 ‘박태규의 입’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가 8월 31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수사관들과 함께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박 씨는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 명목 등으로 15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김두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부터 출두를 통보받은 15일 청와대는 깊은 정적에 빠져들었다. 청와대의 충격은 먼저 임기 말 국정운영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레임덕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에 따른 것이다. 더구나 코앞에 닥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이고 향후 총선 대선 정국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불안한 예감도 작용했다.

김 수석은 이날 부산저축은행의 로비스트인 박태규 씨의 로비의혹을 완강히 부인하는 글을 남겼다. ‘금품을 받은 적도 없고 로비를 해준 적도 결코 없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라는 단서를 붙여 여운을 남겼다. 검찰의 칼끝이 현직 수석비서관을 겨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치권에 미칠 파장은 메가톤급이다.

특히 김 수석은 ‘정무차석’이란 별칭을 얻을 정도로 ‘소리 없는 실세’ 역할을 해온 터라 4년차 레임덕 징후가 확산되어가던 이명박 정부로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김 수석이 실제 기소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선 1억 원 안팎의 금품수수설이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핵심 인사는 “서초동(검찰)에서는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참모도 “검찰로선 이 대통령의 최측근을 재판에 회부할 자신이 없다면 소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김 수석 소환 통보를 ‘로비스트 박태규가 입을 열었다’는 신호탄으로 읽고 있다. 그런 만큼 소환 대상자가 김 수석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검찰 주변에서는 “부산지역에 연고를 둔 여권 중진인사들의 이름이 나온다”며 ‘박태규 게이트’를 예고하는 얘기가 파다하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후보매수 사건으로 한나라당이 챙길 수 있는 정치적 이득이 상쇄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여권에서는 그동안 “호남인맥이 장악한 부산저축은행이 민주당 정부 시절 급성장한 사실에 로비의 고리가 있다”며 민주당을 압박해 왔다. 따라서 검찰이 ‘선여권-후야권’ 관행에 맞춰 수사한다면 앞으로 야권 인사가 소환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는 김 수석이 아주 민감한 시점에 소환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가 촉발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에 악재가 잇따라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권주자 부상, 야권 단일후보 1순위인 박원순 변호사의 지지율 급상승, 3년 넘게 진행된 박근혜 대세론 동요 현상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이른바 ‘삼각 파도’로 몰아치고 있다. 친이(이명박)계, 친박(박근혜)계의 구분 없이 수렁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사건의 진앙이 부산이라는 점도 여권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적잖은 저소득층이 부산저축은행에 맡긴 예금을 전액 보장받지 못하면서 부산 민심은 악화돼 있다. 게다가 안철수 원장(부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부산), 박원순 변호사(경남 창녕) 등 야권의 핵심그룹이 모두 부산 경남 출신이어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떠받쳐 온 영남 권력의 절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김 수석이 무혐의 처분을 받아 살아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며 하늘만 쳐다보는 천수답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고, 청와대 참모는 “임기 마지막까지 일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얼마나 실현될지…”라며 걱정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