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꺼져 교통 마비… “승강기에 갇혔다” SOS 400건
○ 신호등 꺼져 교통 대란
주요 교차로 신호등 불이 꺼지면서 전국 주요 도로에서는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퇴근 시간을 앞둔 오후 5시 40분까지 불안정한 전력상황이 이어지자 31개 경찰서에 교통경찰 ‘병(丙)’호 비상을 발령했다. 주요 교차로에 전체 서울 시내 교통경찰 인력의 절반인 1200명을 투입해 수신호로 교통 상황을 통제했지만 교통 대란을 막긴 어려웠다. 오후 7시 15분 서울 마포구 동교동 홍대입구역 사거리에서는 신호등이 일제히 꺼지자 사방에서 차량들이 경적을 울렸고 시민들은 차들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길을 건넜다.
○ 엘리베이터에 갇힌 시민들
승강기에 갇힌 시민들의 구조 신고도 오후 내내 이어졌다.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엘리베이터 구조 요청 건수는 398건에 달했다. 오후 4시 반에는 서울 종로구 관수동 국일관 상가건물의 엘리베이터가 7층과 8층 사이에 30분 넘게 멈춰서면서 갇혀 있던 70대 노인이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하기도 했다. 오후 5시에는 대전 중구 문화동 S백화점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춰 고객 수십 명이 갇혀 있다가 구조되는 소동도 일었다.
○ 주요 검사 멈춘 병원
병원 진료에 사용되는 주요 기기의 작동도 잇따라 중단됐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분당제생병원은 오후 1시 이후 서너 차례 반복적으로 이어진 정전으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과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주요 검사장비의 가동이 두 시간 이상 전면 중단됐다. 서울 강남지역 한 병원 원장은 “비상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병원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전력을 끊은 것은 큰 문제”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 은행 영업점 400여 곳 업무 차질
은행 영업점과 떨어져 단독으로 설치된 ‘점외 365일 코너’에서 피해가 컸다.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가 갖춰지지 않은 곳은 전산 기기가 마비돼 고객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날 전국 417개 은행 영업점의 마감업무가 지연되고, 일부 자동화기기(ATM·CD)가 장애를 일으켜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후 7시 현재 304개 영업점은 UPS를 가동해 복구했고 113개 영업점은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와 카드사, 증권사 등에도 정전으로 업무가 중단되는 피해가 일시적으로 발생했으나 대부분 복구됐다.
○ 곳곳서 통신장애
유무선 통신회사들은 전국 곳곳에 정전이 일어남에 따라 일제히 비상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이동통신회사들은 정전 발생 지역의 기지국에 미리 준비해 놓은 예비 배터리를 가동해 전력을 공급하는 등 대규모 통신두절 사태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전력 공급이 필수적인 인터넷과 인터넷 전화, 소형 이동통신 중계기, 와이파이 중계기 등은 정전이 지속되는 동안 ‘불통’이 돼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 산업계 조업 중단 사태
산업단지와 대기업 본사들도 피해를 보았다. 오후 3시 반경 자동차부품공장이 밀집된 충남 보령시 주교면 관창리 소재 대우관창공단이 전력 공급 중단으로 조업을 멈춘 데 이어 1000여 개 업체가 있는 하남산업단지 내 일부 공장의 가동도 멈췄다. GS타워와 삼성물산 서초사옥, 한국HP 본사 빌딩 등 서울 도심 곳곳의 대기업 본사도 정전으로 직원들이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사무실 조명이 꺼져 업무가 마비됐다.
○ 프로야구도 중단
프로야구 경기가 1시간 넘게 중단되기도 했다. 15일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열린 서울 목동야구장 조명탑 4개가 오후 6시 44분 한꺼번에 꺼지면서 그라운드가 어둠에 잠겼고 경기는 곧바로 중단됐다. 오후 7시 33분부터 전력이 다시 공급됐고 경기는 중단된 지 1시간 6분 만인 오후 7시 50분 재개됐다. LG와 SK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에서는 정전이 일어나지 않았다.
<사회부·경제부·산업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