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용 방사무늬김은 日서 개발… 내년부터 국제보호토종 ‘참김’은 번식력 약해 로열티 없는 교배종 개발중
방사무늬김.
2012년부터 김은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의 보호대상 작물로 지정돼 종자를 사고팔 때 품종 개발자의 허가를 받거나 일정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국내에서 특정 꽃이나 농작물을 재배할 때 종자 값의 일부를 로열티로 지불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다만 세계적으로 김 종자에 대해 로열티를 부과한 적이 없어 정확한 금액은 산정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주로 들여오는 품종은 ‘방사무늬김’이다. 방사무늬김은 부드럽고 질겨 김밥을 만들 때 주로 쓰인다. 일본인의 입맛에 맞아 수출도 많이 한다. 게다가 서식 환경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번식력이 강해 양식하기에 적합하다. 국내에선 UPOV를 대비해 방사무늬김 대신 김밥용 김으로 쓸 수 있는 신품종을 개발해왔지만 방사무늬김을 대체하지 못했다.
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바이오연구센터는 2010년 토종 ‘참김’을 기반으로 ‘버들참김’을 개발했다. 참김은 방사무늬김보다 부드럽고 특유의 향기가 좋다. 흔히 ‘옛날 김 맛’이라고 말하는 고소하고 향긋한 맛이 바로 참김 맛이다. 버들참김은 참김 특유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성장이 빠르고 잎의 폭이 좁아 소규모 양식장에서도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다. 문제는 번식력. 하동수 해조류바이오연구센터 연구관은 “버들참김 양식장에 방사무늬김 한 개체만 들어와도 양식장 전체가 방사무늬 김으로 뒤덮인다”며 “맛이 우수하다고 무조건 양식업자에게 추천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야생참김.
신품종을 개발하는 ‘육종’ 연구에 계통주는 큰 자원이다. 박은정 해조류바이오연구센터 연구사는 “연구센터 내에 해조류 유전자원은행을 마련해 117개 김 계통주를 보유하고 있다”며 “계통주끼리 교배하면 새로운 김 품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해조류바이오연구센터는 이미 특정 색을 지닌 ‘연지졸방참김(적색)’과 ‘녹두졸방참김(녹색)’을 개발해 2012년 신품종으로 출원할 예정이다. 신품종을 개발하면 김의 특성상 식탁에는 금방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의 씨앗(종자)은 얇은 실 모양의 포자인 ‘사상체’다. 사상체는 세균이나 미세조류가 번식하듯 적당한 온도와 영양만 공급되면 스스로 번식한다. 미역이나 다시마처럼 1년 동안 키워 종자를 받지 않고도 한두 달 만에 금방 양을 불릴 수 있다. 이런 사상체의 특성은 김 종자의 로열티 책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로열티를 주고 김 사상체를 들여온 뒤 이를 임의로 번식하면 품종 개발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 연구관은 “양식사업자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사상체를 임의로 불리면 벌금을 낼 수 있다는 경고와 고유 사상체는 신품종으로 등록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