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주 숙성때 최대… 부재료 생강-부추도 항균작용발효과정 젖산균은 식중독 유발하는 세균 억제 역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김치’라는 단어를 들으면 침을 삼키게 만드는 조건반사적인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 최근 들어 이런 맛난 김치가 갖가지 건강증진 효과까지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당초 채소를 오래 저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안돼 지금까지 전해지는 김치는 발효 과정에서 여러 미생물의 번식으로 다양한 건강 증진 성분이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2006년 미국의 건강전문잡지 ‘헬스’는 우리나라 김치를 스페인 올리브오일, 그리스 요구르트, 일본 낫토, 인도 렌틸콩과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했다.
김치는 배추와 무, 파 등 채소가 주재료로 쓰이고, 마늘 생강 고춧가루 젓갈 등이 부재료로 쓰이며 이들의 조합에 따라 200여 종의 김치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과일과 견과류, 다른 종류의 채소들이 장식재로 쓰이게 되면 김치의 종류는 200종이 훌쩍 넘는다.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는 항산화 기능과 함께 위암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억제하는 설포라판이라는 성분이 풍부하다. 부재료인 생강에는 항염증작용을 하는 6-진저롤과 쇼가올 성분이 있으며, 부추에는 항균과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이 되는 디알릴 디설파이드 성분이 있다. 마늘에는 살균 작용과 함께 당뇨 예방에 도움이 되는 알리신 성분이, 고추에는 체지방 연소로 에너지대사를 촉진하는 캡사이신 성분이 들어 있다. 개별 재료가 갖고 있는 성분들이 발생시키는 건강 효과뿐만 아니라 발효 과정에서 이 재료들이 혼합되면서 유해물질의 세포전달 경로를 차단해 암과 질병들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성분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치는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김치를 2∼7도에서 숙성시킬 경우 초기에는 비타민 함량이 20∼30% 감소하는 경향이 있지만 완숙기인 2∼3주가 되면 가장 높은 함량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아삭한 식감과 잘 익어서 ‘맛있다’라는 말이 나올 때도 김치에 비타민이 가장 풍부한 2∼3주 숙성 때다. 김치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젖산과 젖산균의 항균물질은 식중독을 유발하는 포도상구균, 리스테리아균, 바실러스균 등을 억제하기도 한다. 전북대 식품공학과 신동화 교수는 김치에 100만 마리 이상의 포도상구균을 접종한 다음 발효된 지 나흘 뒤에 균이 완전히 사멸되는 것을 확인했고, 리스테리아균 역시 5일 정도가 지나면 완전 사멸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김치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중 한 균주가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복제를 막는 등 항바이러스 효과도 있다.
○ 김치유산균, T세포 증가시켜 면역조절
이런 다양한 김치의 건강 효과를 토론하기 위해 세계 발효식품 연구자들이 16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 모인다. ‘김치의 건강 효과’에 대한 주제발표를 하는 부산대 송영옥 교수는 “지금까지 알려진 김치의 건강 증진 효과는 항산화, 항노화, 항돌연변이, 항암, 항균, 면역증진 활성, 체중 감소, 지질 저하, 항동맥경화 등 다양하다”며 “이런 김치의 건강 기능성은 김치 재료들이 갖고 있는 생리활성물질들과 김치의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물질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권의 발효식품에 대한 비교 연구 결과도 발표된다. 중국 쓰촨 성 식품발효공업연구설계원 천궁 부원장은 “김치에서 찾을 수 있는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는 쓰촨 성의 전통 발효식품인 쓰촨 피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며 “김치처럼 쓰촨 피클도 장내 균총의 조절과 함께 혈중 글루코스와 지질 농도를 개선시켜 지방간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유용하 동아사이언스 기자 edmondy@donga.com